오피니언 사외칼럼

[M아카데미] 격변기 산업판도 바꾸는 혁신...성공의 조건들

박병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핵심 비즈니스 집착 벗어나 산업의 경계 밖을 보라

박병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박병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글로벌 기업들이 단절적(파괴적) 혁신을 통해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는 데 비해 한국기업들의 혁신성과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한국기업들이 단절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경쟁의 규칙을 만들기보다는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하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규칙 아래에서 제품의 품질과 효율성을 높여 시장을 장악하는 데만 익숙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기존 규칙 아래에서의 점진적 혁신은 최근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더 이상 기업들이 원하는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제품과 서비스가 범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비지니스스쿨 석좌교수는 점진적 혁신의 위험성을 그의 저서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지적한 바 있다. 즉 초우량기업조차 아무리 기존 고객에게 민첩하게 반응하고 기술개발 투자를 늘려도 끝내 시장지배력을 상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아날로그 TV의 품질개선에 몰두하던 소니가 디지털 TV시장에서 선두위치에서 밀려난 사례나 피처폰(스마트폰 전의 휴대폰) 분야에서 프리미엄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던 노키아와 삼성전자가 애플에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당했던 사례를 생각해보자.

최근의 격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크리스텐슨 교수의 경고가 한국기업들에 주는 시사점은 크다. 찰스 오라일리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주장하는 양손잡이 경영도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점진적 혁신과 단절적 혁신의 밸런스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 한국기업들은 기존의 따라잡기식 혁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시장을 선도하는 단절적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이에 경영자들은 어떻게 단절적 혁신을 이룰지 고민하지만 기존 점진적 혁신의 접근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



보다 단절적인 혁신을 위해 택해야 하는 새로운 방식은 무엇일까. 첫째, 핵심 비즈니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산업의 경계 밖을 살펴보자. 10년 후 당신 기업은 어느 기업과 어떤 방식으로 경쟁하고 있을까. 최근 융복합 추세로 산업의 경계는 불투명해지고 새로운 경쟁자들이 전혀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방식을 들고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애플은 전화기를 만들거나 이동통신과 관련된 기업이 아니라 컴퓨터를 만들던 기업이다.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단절적 혁신은 마크 존슨 이노사이트(크리스텐슨의 컨설팅회사) 회장이 ‘화이트 스페이스 장악하기’에서 강조했듯이 산업의 중심부가 아니라 산업의 경계 밖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변화의 시작은 시장과 고객들을 새로운 차원에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혁신을 이야기할 때 고객과 시장중심의 혁신을 얘기한다. 그리고 많은 기업과 실무자들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기존 핵심고객을 대상으로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을지에 대해 질문한다. 그들의 요구대로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그것이 기업의 혁신을 이끌고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 고객들에 충실한 접근방식은 점진적 혁신에는 맞지만 요즘 같은 격변기에는 성공한 기업들이 ‘성공의 함정’에 빠져 몰락하는 이유이다. 단절적 혁신을 위해서는 융복합 추세에 맞게 보다 넓은 범위의 고객들을 상대로 그들의 잠재 니즈를 발굴해야 한다. 고객의 일에 주목해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끊임없이 관찰해 고객들이 원하는 중요한 일이면서도 그동안 무시되거나 간과된 일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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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새롭게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볼 의지를 가져야 한다. 컴퓨터 기업이던 애플이 MP3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아이튠즈와 앱스토어에 바탕을 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이던 아마존은 소비재 분야로의 사업확장에 이어 제3자에게 인터넷 매장을 개방하는 유통플랫폼으로의 변신을 통해 지상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로 부상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는 다른 기업뿐만 아니라 생산적 소비자, 즉 프로슈머들을 참여시키는 개방형 혁신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비즈니스 환경이 격변하는 시기에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에서 더 이상 비용, 제품과 프로세스의 품질, 스피드와 효율성에만 매달릴 수 없다. 이제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단절적 혁신 노력을 경주할 때다. 이를 위해 핵심 비즈니스를 넘어 보다 넓은 범위에서 고객의 잠재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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