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 찬성

장복희 선문대 법학과 교수

병역기피 아닌 국방의 의무 연장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최근 항소심(2심) 법원이 첫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허용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병역법(제88조제1항)에 따라 입영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입대를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병역거부자들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신념을 버리고 입대를 하거나 통상 1년6개월의 실형을 사는 것이다.

대체복무를 찬성하는 쪽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계속 전과자로 만들기보다는 병역의무 기간보다 대체복무 기간을 크게 늘리고 복지요원 등으로 복무시키는 것이 사회 발전에 더 이롭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양심의 가치가 병역의무의 공적 가치에 우선할 수 없으며 이를 허용할 경우 자의적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항소심 최초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 논쟁이 일면서 헌법재판소의 세 번째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1년 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은 광주지법 4명, 수원지법 2명, 인천지법 부천지원 2명 등 9건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1939년 최초의 처벌 기록이 보고된 이래 지난 2013년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처벌받은 인원은 1만7,000여명에 이르고 한 해 평균 500~600명의 젊은이가 실형을 선고받는다. 이들 대부분이 여호와의증인 신도이며 세계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 중 90%가 한국 감옥에 있다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우리 정부는 건국 이래 이를 인정하고 않았고 2001년 첫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2004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병역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양심보호조치 등에 관한 입법적 권고’를 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병역 외에 대체복무가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 법조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보는 다수의 법률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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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는 무력을 사용하는 군 복무에 참여를 거부하는 것으로 단순히 병역의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해 군 복무를 거부하는 병역기피와는 다른 의미다. 국제 법규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관련해 세계인권선언 제18조, 국제인권장전인 자유권규약 제18조 ‘사상·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통해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대체복무를 실시하는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독일·오스트리아처럼 국내 헌법이나 그리스·노르웨이·러시아 등같이 이행 입법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거나 대체복무제를 시행한다. 쿠바는 전문화된 군대를 구성하는 청소년노동부대를 마련하고 있으며 모로코는 군 복무 대신 저개발지역에서 봉사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대만 등은 복지요원으로 복무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보수를 차등 지급하고 대체복무 기간은 병역의무 기간 대비 1.5~2배에 이르게 정하고 있다. 대체복무 형태·기한과 절차의 운영은 주로 국방부가 맡는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복무 유형은 의료시설과 사회복지시설(독일), 개발 프로그램 참여, 환경보호·국제협력 및 교육(스페인), 사회적 근로, 고속도로 보수(오스트리아), 무보수 가사일, 보건 및 국제적 봉사(벨기에) 등이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 지부가 올해 5월15일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을 앞두고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보면서도 대체복무제 도입에는 70%가 찬성했다. 대체복무제에 찬성하는 이유로 ‘감옥보다는 낫다(26%)’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함(16%)’ ‘다른 기회를 부여해야 함(14%)’ ‘개인의 선택이나 인권 문제(12%)’ ‘감옥은 심하다·가혹하다(8%)’ 등을 들었다. 점차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에 대한 관용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7년 9월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국방부의 의뢰로 2008년 완성된 보고서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군 복무 기간보다 12개월 더 길게 사회복지시설이나 소방서 등에서 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인 2008년 말 국방부는 병무청의 의뢰로 실시된 여론조사를 근거로 ‘대체복무는 시기상조’라는 이유를 들어 대체복무 도입을 돌연 중단했다.

21세기는 소수자를 보호하고 다양성이 힘인 시대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고 있는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계속 전과자로 만들기보다 복지요원이나 사회봉사 역할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아까운 국력을 적재적소에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아울러 한국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게 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로써 질적으로 강한 국가를 구축하고 소수자 인권 보호를 동시에 조화시킬 수 있다. 한국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도 다양성 존중, 관용과 조화의 정신에서 규정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 기회를 주는 것은 단순히 병역기피가 아닌 한국 공동체를 전방위적으로 지키는 또 다른 형태의 국방의 의무이며 병역 의무의 확대이자 연장선임을 인식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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