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문단…미술계…대학…곳곳 추악한 아우性

각계 성추문들 SNS 제보 잇달아

15년간 인권위 권고사건 67%가

직접고용 상하관계 '권력형 희롱'

언어 + 신체접촉도 30% 넘어서

기업체·학교·단체·자치단체 順

"성적 농담=재미 인식 개선해야"

문단·미술계·대학가 등 사회 곳곳에서 성희롱 독버섯이 번지고 있다.

그간 쉬쉬해오던 성 추문들이 ‘○○계 성폭력’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해시태그(#·특정 주제에 대한 글임을 표시) 익명 제보들을 통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들춰진 성 추문의 추악한 이면에는 대다수 ‘권력적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성희롱 가해자들은 적극적인 방어가 어렵다고 짐작되는 집단의 가장 약한 사람에게 접근해 ‘권력형 희롱’을 일삼고 있다. 이런 사실은 각종 성 추문 관련 사건을 진정(신고) 받아 해결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27일 서울경제신문이 인권위 설립 후인 지난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성희롱 진정 사건 통계를 분석한 결과 170건의 권고(피진정인 소속기관에 징계·손해배상을 요구) 사건 중 115건(67.6%)이 ‘직접고용 상하관계’에서 발생했다. 가령 영세 사업장에서 남성 사장과 여직원 몇 명이 일하고 있는데 반복되는 사장의 성추행에 적극적으로 반발하자 업무상 부당한 불이익이 뒤따르고 결국 사직한 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는 경우 등이다.

권고 사건 성희롱 행태는 언어적인 것이 41.8%를 차지했다. ‘피곤해 보이는데 어젯밤에 남자친구랑 모텔 갔느냐’ 등 지극히 개인적인 성적 사실관계를 묻는 행위나 회식자리에서 무리하게 옆에 앉혀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이다. 언어뿐 아니라 가슴·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 입맞춤·포옹 또는 뒤에서 껴안는 등의 신체 접촉을 함께하는 경우(언어+육체적 희롱)도 30.6%에 달했다.


성희롱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기업체가 43.5%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학교(15.9%), 단체(11.2%), 자치단체(10%) 순이었다. 권고 사건 170건 중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성희롱한 경우가 총 156건(91.6%)으로 압도적이었고 남성이 남성, 여성이 여성,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성희롱한 경우는 모두 13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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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성희롱으로 판단한 대표적 사례를 들여다보면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사회 구조적 권력 차이에서 빚어지는 ‘권력형 희롱’이 많았다. 직장 상사가 퇴폐영업 술집에서 이뤄진 회식자리에 여성 직원을 동석하도록 한 행위 등이다.

이수연 인권위 차별조사과 여성인권팀장은 “얼어붙은 분위기를 녹인답시고 건네는 성적 농담이 곧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면 희롱이 된다”며 “‘성적 농담이 재미다’라는 인식 부재 문제부터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의 진정 사건 접수는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이후부터는 매해 200여건의 진정 사건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는 201건이 접수됐다. 인권위가 만들어진 2001년부터 2015년까지는 총 1,985건이 접수됐다. 이 중 권고·합의종결과 같은 권리 구제가 이뤄지는 경우는 28.6%(551건)였고 나머지 사건은 기각, 조사 중지, 각하, 타 기관으로의 이송 등이 이뤄졌다. 권리구제가 이뤄진 사건 중 합의종결이 218건이었고 170건은 권고 처리됐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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