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릉천고가 결함 원인 "수분에 의한 강연선 부식 때문"

올해 2월 중대결함이 발견돼 긴급 통제됐던 내부순환로 정릉천고가의 텐던(강연선 묶음 다발) 파손 원인이 수분에 의한 강연선 부식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정릉천고가 중대결함 원인조사’ 최종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난 2월 해빙기 안전점검 중 정릉천고가에 중대결함이 발견되자 관련 학회들과 8개월간 공동 조사를 벌였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시설안전공단을 비롯해 한국교량 및 구조공학회, 대한토목학회, 한국콘크리트학회의 조사결과와 시 안전대책자문위원회 검토를 거쳐 최종결과를 도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텐던 파손 등 치명적 결함은 수분에 의한 부식 때문에 발생했다. 대개 텐던 하나에 강연선이 15개 들어있고, 강연선 가닥 하나는 7개의 작은 선이 꼬여 이뤄졌다. 이 강연선 부식을 방지하려 폴리에틸렌(PE)관 안에 그라우트(시멘트·물·혼화제를 섞은 건축재료)를 넣는데, 이것이 완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결국 밀봉이 제대로 되지 않은 PE관 에어벤트(공기배출구)로 염화물을 함유한 수분이 침투해 강연선 부식이 진행됐다.

그라우트의 물 비율이 높은 것도 수분 발생을 촉진 시켰다. 물을 많이 섞으면 작업성(발림성)은 좋으나 강도는 저하될 수 밖에 없다.

텐던 단면텐던 단면




강연선강연선


기술적 결함도 발견됐다. 설계상 정릉천고가 구간은 도로의 횡단 경사가 완화되는 구간으로 종단경사 역시 0.15%라 노면에 물이 고이기 쉬운 형태다. 또 에어벤트가 교량 상부에 있어 포장이 손상되면 노면수 침투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된다. 다시 말해 부식을 유발할 수분 침투가 많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말이다.


이 같은 결함은 1999년 시공된 정릉천고가를 비롯해 1990년대 국내 도입이 활발히 이뤄진 PSC(Pre-stressed Concrete) 공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문제라는 게 서울시 조사단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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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과 콘크리트로 하중을 지지하는 철근 콘크리트 교량과 달리 PSC 교량은 하중이 발생할 부위의 콘크리트에 미리 텐던을 넣어 만든 후 긴장력 조절로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을 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PSC 교량의 텐던 부식으로 인한 문제점이 대두돼 연구가 시작됐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정보나 시공 기준 등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 조사용역에서 책임기술자 역할을 맡은 김철영 명지대학교 교수는 “해외에서도 같은 공법으로 시공한 교량에 문제가 생겨 붕괴 사고까지 발생한 예가 있었다”며 “영국은 1992년부터 10년간 PSC 교량 신축을 금지하고 보완책을 마련한 뒤 2002년부터 이 공법 시공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1970∼1980년대 많은 국가 기간 시설들이 만들어졌다”며 “정릉천고가와 같은 사례는 서울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중앙부처가 주도한 국가적 차원의 장기적 연구를 진행해 결함을 살피고 관련 지침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서울시는 내시경 등 현장조사로 정릉천고가에서 강연선 절단 5곳, 강연선 단면 결손 3곳, 강연선 표면부식 8건 등을 확인해 텐던 교체 및 장기 관찰(모니터링) 조치를 내렸다. 이 밖에 정릉천고가처럼 PSC공법으로 시공된 교량 14곳을 특별 점검한 결과 중대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단면에서 발견된 물방울단면에서 발견된 물방울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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