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깜깜이 금리에 멍드는 금융시장]교사·금융인엔 '황제금리' 일반직장인은 '찬밥'...못믿을 신용대출

<상> 은행 입맛대로...춤추는 가산금리

우대금리도 일반직장인보다 높아 격차 더 커

"일괄유치 전략" 은행 해명불구 "도 지나치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송모(37)씨는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기 위해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 사이트인 ‘금융상품 한눈에’를 통해 은행별 신용대출 금리를 조회했다. 이 사이트에 등록된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는 주요 은행들이 대부분 3.4~3.7% 수준이다. 송씨는 마이너스 통장 금리가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A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하지만 송씨에게 적용된 금리는 무려 5% 수준에 달했다. 신용 1등급에 대기업에 다니는 송씨는 평균 금리보다도 터무니없이 높게 금리가 책정되는 점이 의아해 A은행에 문의했지만 은행 측은 고시된 금리는 전체 평균일 뿐 신용대출 금리는 직업이나 직군에 따라 달라진다고 답했다. 송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자신보다도 훨씬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부분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CD, 금융채 금리 등)에 가산금리(은행 수익)를 더하고 우대금리는 빼는 식으로 최종 금리가 산출된다. 송씨와 같은 우량 신용을 갖춘 직장인에게 5%에 달하는 금리의 마이너스통장이 개설되는데도 현재 주요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가 3.4~3.7% 수준에 불과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은행들이 공무원·교사·경찰·금융인·전문직 등에 과도한 금리 혜택을 주면서 평균 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이 27일 각 은행의 신용대출 가산금리 체계를 분석한 결과 같은 신용 1~2등급 안에서도 직업에 따라 은행의 신용대출 가산금리 차이가 무려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상황인데 ‘저금리의 단물’이 공무원 등 일부 직군에만 쏠리고 일반 직장인들은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청문회 시 농협은행에서 문제가 된 ‘황제대출’이 사실상 전 은행권에 만연해 있는 셈이다.


실제 KEB하나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를 보면 신용 1등급 일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직장인 주거래 우대론’은 가산금리가 4.01%에 달하지만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 가계자금 대출’의 가산금리는 2.0%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 직장인 주거래 우대론의 경우 이날 기준금리(금융채 6개월 1.48%)를 더할 경우 금리가 5.49%에 달한다. 이를 마이너스 통장으로 개설할 경우 여기에 0.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더 붙는다. 하나은행은 다만 우대금리를 1.70%포인트까지 폭넓게 운영하면서 각종 은행 거래 시 우대금리 혜택을 높여주는 방법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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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역시 직업별 금리 차이가 크다. 우량 직장인들이 주로 받는 신용대출 상품인 ‘엘리트론’은 가산금리가 4%에 달하는 반면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참수리 사랑 대출’은 가산금리가 2.4~2.6% 수준에 불과하다. 두 대출 상품의 가산금리가 차이가 이렇게 큰 데도 우대금리까지 경찰 공무원들이 더 많이 받는 구조다. ‘엘리트론’의 경우 우대금리가 1.0% 수준이지만 ‘참수리 사랑 대출’은 우대금리가 1.5%에 달한다. 신한은행의 공무원 신용대출 상품 역시 가산금리가 2.6%로 일반 직장인들 대상으로 한 상품보다 크게 낮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의 경우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금리는 여전히 공무원 등에게 유리한 구조다. ‘KB 스마트직장인 대출’의 가산금리는 2.93%인 데 반해 ‘KB 공무원 우대 대출’의 가산금리는 2.0%에 불과하다. 자영업자들이 받는 ‘KB 사업자 가계행복대출’의 경우 가산금리는 3.64%에 달한다.

은행들은 공무원들의 신용 리스크가 가장 적은데다 기관 고객을 한꺼번에 유치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금리를 싸게 주는 것이라고 해명한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 2012년 국민은행·우리은행 등 다른 7개 은행을 제치고 경찰청 협약대출 입찰을 따내 10만 경찰청 소속 공무원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만명의 고객을 한꺼번에 유치하는 효과가 생겼으나 ‘박리다매’ 식으로 싼 금리에 대출상품을 팔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효과를 십분 감안한다 해도 현재 신용대출 체계의 가산금리 차별은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1.25%에 불과한 초유의 저금리 시대에 같은 신용등급인데도 가산금리가 직업에 따라 2%포인트나 차이 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들은 공무원 외에 같은 금융인끼리도 ‘금융인 전문 대출’과 같은 형태의 신용대출 상품을 만들어 직장인보다 저렴한 금리 혜택을 주고 있다. 이 부분은 금융권 안에서 ‘끼리끼리’ 금리 혜택을 나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운 대목이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 1년 반 동안 금융개혁을 추진한다며 공급자(금융기관) 중심으로 온갖 규제를 풀었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은행의 가산금리 체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수방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의 이른바 ‘황제대출’이 논란이 되고 나서야 은행권의 우대금리 운영 체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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