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히로히토 일왕 동생 미카사노미야 별세

향년 100세...군부 비판, 평화헌법 지지한 자유주의자

저서에 “전쟁의 죄악성 충분히 인식하지 않았다” 기술

생전의 미카사노미야 친왕/AFP연합뉴스생전의 미카사노미야 친왕/AFP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재임했던 히로히토 일왕의 막냇동생인 미카사노미야 친왕이 27일 도쿄 시내의 병원에서 향년 10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고 일본 궁내청이 발표했다. 그는 지난 5월 급성폐렴으로 입원한 이후 병원 생활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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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 다이쇼 일왕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1943년 육군 참모로 중국 난징에 부임했으며 대본영(전시 일본군 최고 지휘부) 육군 참모를 지내다가 소령으로 패전을 맞이했다. 전후에는 도쿄대학 문학부 연구생으로 중동 고대사를 비롯한 역사 연구에 매진했다.

일본 왕위 승계 서열 5위였던 그는 전쟁 당시 군부를 비판하고, 이후 헌법이나 역사문제에 관해서도 자유주의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공표해 주목을 받았다. 전쟁에서 일본군의 잔학행위를 접한 그는 이후 장교들에게 “약탈·폭행을 하면서 무슨 ‘황군’(皇軍)인가. 일반 민중을 괴롭히면서 ‘성전’(聖戰)이라니 무슨 말이냐”라며 반성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후 전쟁 포기를 명시한 평화헌법이 제정되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철저한 평화주의자가 돼야 하는데, 우선은 이를 헌법에 명기하는 것이 확실한 첫 발이 될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들을 통해서도 “죄 없는 중국 인민들에게 범한 수많은 잔학 행위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성전이라는 대의명분은 사실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고 일본군의 잔학성을 비판하는가 하면 “지금도 양심의 가책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전쟁의 죄악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그는 왕족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일본 우파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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