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서경이 만난 사람]한국, IT '프리미엄화'가 4차산업혁명설 살 길이다

최진성 SKT 종합기술원장

미래 글로벌시장 대비수준 대만·中보다 낮아…선택·집중 필요

독보적 기술력 갖춘 SSD메모리 활용, 고부가 제품 만들어야

IT인프라·제조업 경쟁력 기반 산업용로봇도 성공 가능성 커

“인공지능(AI)·드론·로봇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에 뒤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메모리 기반 프리미엄 상품, 자율주행자동차, 산업용 로봇 등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진성(사진)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은 최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처한 상황과 대처방안을 이같이 진단했다. 금성반도체·LG전자 등 정보기술(IT) 업계에 29년째 몸담아오며 기술 개발에 힘쓴 그는 지난 2012년부터 SK텔레콤에서 최고기술책임자 겸 종합기술원장을 맡고 있다. 롱텀에볼루션(LTE)보다 두 배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LTE-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등 기술 개발을 주도해왔다. 최 원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은)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 중 기존 강점인 하드웨어에다 소프트웨어(SW) 파워를 결부시킬 수 있는 분야를 선도적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고광본 정보산업부장 kbgo@sedaily.com

최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한국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전제했다. 실제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인 UBS가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WEF) 총회 개막 때 발표한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적응 수준은 세계 25위를 기록했다. 대만(16위), 말레이시아(22위)보다 낮다. 유연한 노동시장, 기술 수준, 교육 시스템, 사회간접자본, 법적·제도적 문제에서 뒤처졌다. 미국은 5위, 일본은 12위로 집계됐다. 중국은 28위로 한국보다 뒤지나 노동유연성에서 한국(83위)보다 월등히 높았다. 드론·전기차 등에서 이미 중국이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중국은 내수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홍콩·싱가포르 등 우수한 인적 네트워크도 갖춰 ‘기술적 한계 극복’에 집중하는 환경”이라며 “중국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자임하며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이 작고 자본금도 충분치 않다. AI·로봇·자율주행차 등 연구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가운데 중국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최 원장은 전통적으로 강한 산업에다 신기술을 추가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저가 브랜드 시장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리더십을 가져갈 수 없습니다. 한국이 유일하게 리더십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은 ‘프리미엄화’에 있습니다. 전통적 산업에 신기술을 넣어 가치를 높인다면 기술력으로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시장을 독점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산업을 신산업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에만 기대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한국 SW시장은 지난해 12조원 규모로 전 세계 1% 수준에 그칠 뿐 아니라 글로벌 100대 SW기업에 들어가는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최 원장은 “티맥스소프트·웹캐시 등 해외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한국 SW기업도 있지만 국내 시장이 워낙 작고 언어장벽 등에서 외국 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신 우리는 ‘메모리 기반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각종 모바일 제품에 들어가는 SSD메모리는 한국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춰 높은 진입장벽을 쌓은 제품”이라며 “지금은 메모리를 노트북에 주로 활용하지만 향후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자동차·인공지능이 들어간 모든 사물에 다 적용돼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SSD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 기억장치로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7%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인텔 사업자와 3배 이상 격차를 보인다. 메모리 기술 격차가 자동차, 각종 사물인터넷 제품의 가치 제고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잘하는 분야에 부가가치를 얹어 생산할 때 실력 차이가 발생한다”며 “이를 재생산해야 해외 수출에도 유리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산업용 로봇’도 한국이 선도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산업용 로봇 시장은 산쿄·가와사키·야스카와 등 일본 기업, 쿠가 등 독일 기업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우수한 IT 인프라와 제조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충분히 앞설 가능성 있다는 게 최 원장의 판단이다.

최 원장은 “지금은 산업용 로봇이 컴퓨터로 입력된 대로 정해진 동작만 하지만 앞으로는 학습기능을 갖춰 그때그때 필요한 기능을 학습해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이 지금이라도 이 분야를 키워나간다면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도 적극 추진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직접 인수 합병(M&A)해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습니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화, 인력관리, 언어장벽 등의 문제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죠. 개별 기업이 혼자 해외로 나가기보다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를 맺어 협력할 때 더 성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아울러 국내 기업을 향한 지나친 부정적인 시각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국내 기업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노력을 쏟았던 것처럼 다른 분야에 상당한 자금과 지원을 쏟아 붓는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암울한 미래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E IS

△1964년 서울 △서울대 제어계측공학 학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전기공학 석사와 박사 △1987년 금성반도체 정보통신 부문 입사 △1998년 LG전자 차세대통신연구소 실장 △2010년 LG전자 MC 사업본부(휴대폰) 연구소 전무 △2012년 SK텔레콤 기술전략실장 △2013년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기업들의 활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기자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기업들의 활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기자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기업들의 활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기자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기업들의 활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기자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기업들의 활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기자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기업들의 활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기자


김지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