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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플릿’ 사람 미치게 만드는 볼링영화라니! 통쾌한 사운드는 덤

최국희 감독의 ‘스플릿’은 ‘볼링도박’이라는 외피를 입은 따뜻한 온기가 있는 영화다.


손바닥을 마주하며 ‘화이팅’을 외칠 상대가 없을지라도,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을 위해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은 영화이다. 손뼉맞장구를 꼭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치는 것만은 아니지 않나. 우리의 철종과 영훈처럼 말이다.

영화 속에선 볼링에 인생이 엮인 4인과 그들을 둘러싼 거대한 도박세계가 그려진다. 전직 볼링 국가대표 ‘철종’(유지태)과 생계형 브로커 ‘희진’(이정현), 레인 위의 순수영혼 ‘영훈’(이다윗), 그리고 비열한 승부사 ‘두꺼비’(정성화)가 주인공이다.

영화의 제목인 ‘스플릿’(split)은 볼링에서 첫 번째 투구에 쓰러지지 않은 핀들이 간격을 두고 남아 있는 것을 의미한다. 즉 ‘스플릿’이 나면 보통 큰 실수를 범했다고 여겨 처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오퍼스픽쳐스/사진=오퍼스픽쳐스


작품은 ‘세상과 단절된 볼링천재’ 철종과 영훈이 마주한 인생의 스페어 핀을 처리할 단 한 번의 기회를 리드미컬하게 따라간다. 특히 영훈이 볼링공을 잡는 특별한 방법은 묘하게 관객을 잡아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도박볼링’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순수한 ‘영훈’은 의욕을 잃은 채 살아가던 ‘철종’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어주고, 그 과정에서 두 인물이 선보이는 케미는 버디 무비로서도 손색이 없는 드라마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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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물이 이 도박볼링판에서 조우하며 벌어지는 갈등과 대결이 드라마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지만, 인생의 축소판인 ‘볼링판’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선도 악도 없이 그저 ‘어쩔 수 없는’ 인간들이 있다. ‘다음에는 꼭 스트라이크를 칠 것 같다’는 엄청난 예감으로 다시 공을 잡는 선수들,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 다들 미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스플릿’이 그 어떤 대작 영화보다 인간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부분이다.

통쾌한 사운드의 묘미가 일품인 영화다.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가 더해진 짜릿한 영화인 것. 영화가 비어 있으면서도 가득 찬 느낌을 갖게 되는 건 아마 사운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을 듯 하다. 볼링공이 묵직하게 굴러가는 소리부터 볼링핀들이 공에 맞아 세차게 흩어지는 소리는 어수선한 시국으로 인해 쌓인 마음 속 울분까지 잠시나마 날려버리게 한다.

/사진=오퍼스픽쳐스/사진=오퍼스픽쳐스


흥행의 견인차는 유지태와 이다윗이다. 배우들의 연기 균형이 잡혔고 극은 흡인력이 생겼다. 매 순간 살아있는 배우 유지태가 끌어주고, 이다윗이 밀어준 이번 영화는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그 어떤 주변 상황에도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정직하게 스트라이크를 날리는 영훈의 모습은 또 다른 생각거리를 던지기도 했다. “볼링은 가슴으로 치는거다”는 말이 잊혀지지 않듯, ‘스플릿’이 ‘진짜 삶을 사랑하는 법’에 대한 하나의 은유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다만, 도박영화의 재미에 큰 무게감을 둔 관객이라면, 재미요소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초반보다 후반의 호흡이 느려 다소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인상도 받을 수 있지만, 유지태가 인생의 스페어 핀을 어떻게 처리해나갈지를 염두해 두고 극을 보다보면 이런 아쉬움은 금새 날아가버린다.

영화 속에서 영훈은 “퍼펙트 게임은 하늘에서 준다”고 말한다. 볼링에서 퍼펙트 게임(perfect game)은 한 게임에서 300점을 얻는 것을 말한다. 300점은 볼링의 한 게임에서 획득할 수 있는 최고 점수이며, 모든 프레임(10개)에서 스트라이크를 성공시켰을 때 달성 가능하다. 이런 퍼펙트 게임을 성공시킨 이가 바로 과거의 철종이다. 두 남자가 퍼펙트 게임을 어떻게 마무리 할지 영화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다.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른들의 막키스 한 잔이 간절해졌다. 아니 유지태, 이다윗과 함께하는 우유탄산음료 밀**도 괜찮겠다. 이거 참 사람 미치게 만드는 볼링영화다. ‘스플릿’은 오는 11월 10일 개봉 예정이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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