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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가치주투자는 트랜드가 아닌 철학

남상직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케팅전략팀장남상직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케팅전략팀장


요즘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다니다 보면 질의응답 시간에 글로벌 전망이나 정책 변수 등의 강의 내용보다 의외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 질문들은 하나같이 “제가 A사의 가치주펀드를 가입하고 있는데 지난 2년 동안 손실이 큽니다. 계속 기다리면 회복될까요?”와 같은 것이다.


한때 국내 가치주펀드들이 전성시대를 누리던 적이 있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가치주 전략으로 운용되는 주요 펀드들의 수익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갇혀 대부분의 펀드들이 의미 있는 수익을 거두지 못 할 때에도 코스피지수 대비 연간 10%포인트 이상 추가 수익을 거두곤 했다. 앞서 3~4년동안 저평가 됐던 주식들이 정당한 가격으로 재평가 받으며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점이 가치주 투자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꾸준히 이익이 나는 기업이지만 주가가 저평가 된 회사들을 모아 장기투자 했을 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시장의 쏠림 현상이 심하고 경기가 좋을수록 역설적이게도 저평가 주식은 늘어난다. 경기 호황기에는 향후 퀀텀점프(Quantum jump)가 기대되는 성장주들이 주목 받는 시기이기에 오히려 매년 안정적인 이익을 보이는 기업들에는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그 뜻은 가치주 투자의 적기가 도래했다는 의미도 된다. 하지만 2년전쯤 가치주펀드에 많은 돈이 몰릴 때 그 투자자들의 생각은 어떤 쪽이었을까. 본인의 투자성향이 가치주 운용스타일에 어울렸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장기적으로 저평가된 가치주를 투자하면 괜찮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까. 둘 다 아니다. 그동안 질의한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이유는 “수익률이 좋고, 남들도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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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치주펀드들은 수익률 부진을 겪고 있다. 심지어 올해는 주식시장 상승의 방향과는 역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마치 주식시장이 상승할수록 손실이 나는 리버스펀드 같은 양상이다. 그러면 펀드 운용이 정말 잘못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시장 내에 이름난 가치주펀드들은 지난 10년동안 그랬듯 꾸준히 그들만의 철학을 고수하며 운용되고 있다. 앞으로 몇 년쯤 지나면 또 가치주들의 전성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이 본인의 스타일에 맞는 투자를 하고 있는지에서 나아가 단순히 수익률에 쏠려 투자하지는 않는지, 주변에서 다 한다니까 따라서 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것이다. 지금 손실을 겪고 있는 가치주 투자자들은 자신이 오히려 주식이 비쌀 때 투자한 ‘역가치투자자’가 아니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가치주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나다. “지금 투자하고 있는 펀드가 그 운용철학에 맞게 하는지, 기업은 괜찮지만 가격이 싼 주식들을 담고 있는지를 체크해 보라. 중소형주 주가가 많이 빠졌다고 그냥 반등하지는 않는다. 30%가 빠진 주식이 여전히 시장대비 비싼 밸류에이션이라면 앞으로 -20% 더 빠질지도 모른다. 충분히 저평가 된 좋은 종목들만 나중에 회복될 것이다. 지금 자신이 가입된 펀드가 여전히 비싼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라면 과감히 환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남상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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