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중남미서 몸집 키우는 국내 제약사

연평균 12% 높은 성장세에 판매 승인·임상절차도 간편

"미국 진출 테스트베드"…녹십자·보령 등 영토확장 가속





국내 제약사들이 중남미 시장을 글로벌 시장 공략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중남미 지역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상품 판매 허가를 받기 쉽고 현지인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기존 임상 결과를 인정해주기 때문에 비교적 진입이 수월하다. 대부분 국내 제약사들은 중남미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미국과 같은 의료 선진국 시장까지 노크하겠다는 방침이다.


3일 제약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중남미 7개국에 진출 중이다. 중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에 녹십자·동아에스티·보령제약 등이 진출한 것을 비롯, 콜롬비아·칠레·페루·멕시코·아르헨티나·에콰도르에 등에 주요 제약사들이 진출해 있다.

보령제약의 경우 지난 9월 고혈압 치료 신약 ‘카나브’ 관련 제품 300억원가량을 중남미 지역 25개국에 판매하기로 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1위 백신제조 업체인 녹십자도 활약 중이다. 녹십자는 2014년부터 콜롬비아·페루 등에 독감백신을 공급하고 있으며 3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의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3,200만달러 규모의 독감 백신을 수주하기도 했다. 특히 브라질에 면역글로불린을 비롯한 1,713만달러어치의 의약품을 수출해 국내 제약사 중 동아에스티(1,618만달러)를 제치고 브라질 시장 수출규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2014년 아르헨티나 의약품 기업인 바고와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나보타’와 관련해 240억원 규모의 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일양약품은 지난해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놀텍’과 관련, 멕시코 제약사 치노인사와 200억원 규모의 판매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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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관계자는 “중남미 지역에는 대형 제약사가 없기 때문에 외국계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며 “반면 한국 제약사들은 약값이 저렴한 제네릭(복제약) 부문에 강점이 있는데다 최근 한류 열풍 덕분에 더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시장 분석기관인 IMS데이터에 따르면 2007년부터 6년간 중남미 제약시장의 성장률은 연 평균 12%로 글로벌 시장 평균 성장률(5.3%)의 2배를 훨씬 웃돈다. 특히 중남미 시장은 북미 지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선진국 시장 진입을 위한 ‘테스트베드’ 지역으로 적합하다는 것이 제약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활약에는 정부 지원도 한몫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월 박근혜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 당시 양국 의약품제조품질관리(GMP) 평가 결과를 상호 인정하는 의약품 GMP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에콰도르 정부와 협약을 맺고 한국에서 허가 받은 의약품을 현지에서 자동으로 허가 받기로 하는 등 중남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길을 터주고 있다.

다만 국내 제약사들이 중남미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으려면 브라질 일변도에서도 탈피해 다른 나라 시장을 더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업체의 의약품 및 화장품 수출 상위 20개국 목록에서 중남미 국가는 13위인 브라질 한 곳에 불과하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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