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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스, 기적의 3연승…108년만에 '염소의 저주' 봉인해제

시카고 컵스, 월드시리즈 제패

8대7 케네디 스코어로 극적 승

31년만에 1승 3패 후 역전우승

'저주 파괴자' 엡스타인 이름값

클리블랜드 '추장의 저주' 이어가

시카고 컵스 선수들이 3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4승3패로 물리치고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클리블랜드=UPI연합뉴스시카고 컵스 선수들이 3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4승3패로 물리치고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클리블랜드=UPI연합뉴스




“아버지 생각만 납니다.” 시카고 컵스 팬인 마이크 딜런(57)씨는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과의 인터뷰에서 울먹이며 소감을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토록 원했던 컵스의 우승 모습을 생전에 보지 못했다. 딜런씨는 “아버지가 안 계시지만 혼자가 아니다”라며 기뻐했다.


1세기를 넘긴 기다림이 마침내 이뤄졌다.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에서 우승 ‘한풀이’에 성공했다.

컵스는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WS(7전4승제) 7차전에서 연장 10회초 터진 벤 조브리스트의 결승타를 앞세워 8대7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3패를 기록한 컵스는 1908년 이후 108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감격을 누렸다. 1907년과 1908년에 이은 WS 통산 세 번째 우승.

3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 홈구장인 리글리필드 주위에서 팬들이 우승을 자축하는 가운데 ‘우승이 이뤄졌다(IT HAPPENED)’는 문구가 보인다.  /시카고=UPI연합뉴스3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 홈구장인 리글리필드 주위에서 팬들이 우승을 자축하는 가운데 ‘우승이 이뤄졌다(IT HAPPENED)’는 문구가 보인다. /시카고=UPI연합뉴스



1승3패로 끌려가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듯했던 컵스는 5~7차전을 연달아 따내 1985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이후 31년 만에 1승3패 뒤 역전 우승한 팀이 됐다. 반면 클리블랜드는 68년 만의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안방에서 6·7차전을 모두 내주며 ‘와후 추장의 저주’를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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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은 스릴러물처럼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펼쳤다. 컵스는 1회초 덱스터 파울러의 사상 첫 WS 7차전 선두타자 홈런 등이 터지면서 5회초 5대1까지 달아났다. 5회말 폭투로 2점을 내줘 흐름을 빼앗길 수도 있었던 컵스는 6회초 포수 데이비드 로스가 솔로아치를 그려 6대3을 만들었다. 하지만 8회 2사 1루 상황에서 투입한 아롤디스 채프먼이 3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브랜던 가이어에게 1타점 2루타, 라자이 데이비스에게 동점 투런포를 얻어맞으면서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불길함이 감돌았다. 그러나 비가 내려 17분간 중단됐다 속개된 연장 10회초 컵스는 1사 1·2루 기회에서 조브리스트가 좌익 선상 2루타로 한 점을 뽑은 데 이어 1사 만루에서는 미겔 몬테로의 안타까지 터져 8대6으로 앞섰다. 클리블랜드는 10회말 2사 2루에서 8회 동점 홈런의 주인공 데이비스가 중견수 앞 적시타를 때려 1점 차까지 따라갔지만 마이클 마르티네스가 내야 땅볼로 물러났고 108년의 비극을 끝낸 컵스 선수들과 팬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감격을 누렸다. 지난해 로열스의 우승을 도왔던 조브리스트는 WS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1908년 이후 1945년까지 7차례 더 WS에 진출했지만 모두 패했던 컵스는 2011년 테오 엡스타인 사장을 데려온 지 5년 만에 위업을 이뤘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으로 ‘밤비노의 저주’를 깬 바 있는 엡스타인은 2016년 우승을 목표로 천천히 팀 재건에 나섰고 단언했던 올해 1945년 이후 WS에 진출하지 못한 이른바 ‘염소의 저주’를 깨뜨린 데 이어 챔피언 반지까지 입수했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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