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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현실보다는 이상…정치, 정사·시비의 대상에

이정철 지음, 너머북스 펴냄



“이이가 일찍이 ‘미리 10만의 군사를 양성해 변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자 류성룡은 ‘재앙의 단서를 키우는 것’이라며 매우 강력하게 반대했다.” 율곡 이이의 ‘10만양병설’과 관련된 조선왕조실록의 일부다. 류성룡은 이순신을 추천했고 임진왜란 과정이나 복구에 있어 일등공신이다. 그의 ‘징비록’은 현시대의 ‘교과서’나 마찬가지다. 그런 류성룡이 이이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당시 류성룡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개혁은 옳은 일이지만 이이와 함께 할 수는 없다.”


새 책 ‘왜 선한 지식인은 나쁜 정치를 할까’는 조선시대 선조 때의 당쟁을 다룬다. 당쟁은 조선 후기에 가혹해지지만 저자는 그 ‘시작’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점자 도덕적 확신과 정치적 이상을 외친 ‘사림’이 중앙정계에 진출한다. 이들은 조선 초 개국공신이나 훈구대신과 대립한다. 잇따른 사화를 겪지만 결국 승리하며 정권을 장악한다. 이것이 선조 연간이다. 문제는 사람들의 시각이 현실보다는 이상에 있었다는 것이다. 점차 정치가 정사(正邪)와 시비(是非)의 대상으로 된다. 자신의 뜻과 다르면 나쁜 것으로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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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만이 유일하게 현실에 뿌리를 뒀다. 국가가 흔들리고 민생이 붕괴되는데 관심을 가졌다. 다른 사림들은 이들 기존 기득권과 야합하는 행위로 본다. 그래서 이이는 ‘사(邪)’와 ‘비(非)’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확대된다. 사림이 정권을 장악한 후에는 그 내부에서도 시비가 갈리는데 이것이 동서분당, 당쟁의 시작으로 나타난다. 사림들 개개인은 높은 수준의 도학자였지만 결과는 나빴다.

당시 국왕인 선조는 뭘 했을까. 선조의 목적은 권력 장악이었다. 그역시 현실과는 괴리된 채 이리저리 무게중심을 옮겨가며 사림간의 다툼을 부추긴다. 최종 지배자로서의 자신의 위상만 높이면 만족했다. 저자가 주장하기로 선조 대의 정치는 요즘과 비슷하다. 저자는 “선한 의도나 윤리가 정치를 대신할 수 없다. 사회적 결과에 대한 책임이야말로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한다. 2만9,0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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