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김모씨는 5년 전 고혈압 진단을 받은 뒤 식이조절과 운동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이 살고 있다. 김씨는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해야겠다고 생각한 뒤 보험사 3곳에 문의했다. 하지만 김씨가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사들은 한결같이 가입을 거절했다. 김씨는 보험 가입을 포기하려던 찰나 지인을 통해 유병자보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보험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질병을 앓고 있거나 수술·입원 등 진료기록이 있는 사람들은 일반 보험에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에는 유병자 보험에 가입하면 각종 입원비·수술비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32개 보험회사에서 52개의 유병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유병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유형은 대개 3가지인데 자신의 병력과 가입요건·보험료 등을 잘 비교한 뒤 적합한 상품을 고르면 된다.
◇ 유병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의 유형
특징/보험 | 가입요건 | 보장내용 | 일반보험 대비 보험료 |
간편심사보험 | 계약전 알릴 의무를 6개 항목으로 간소화 입원·수술의 고지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 통원·투약 여부에 대한 계약전 알릴 의무 면제 | 입원비·수술비 보장 | 2배 내외 |
고혈압·당뇨병 특화보험 | 고혈압과 당뇨병에 대한 계약전 알릴 의무 면제 | 암진단 보장 | 1.1배 내외 |
무심사보험 | 질병과 치료내역에 대해 계약전 알릴 의무 면제 | 사망보험금 | 5배 내외 |
*자료: 금융감독원 |
가장 대표적인 유병자보험은 간편심사보험이다. 이는 최근 2년이내 입원·수술 이력이 없는 유병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으로 ‘OO 간편가입 건강보험’ 등의 명칭으로 판매되고 있다. 간편심사보험은 가입자가 보험사에 사전 고지해야 할 의무를 대폭 축소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보험은 가입자가 보험사에 18개 항목을 미리 알리도록 하고 있지만 간편심사보험 가입자는 최근 3개월내 입원필요 소견·월소득 등 통상 6개 항목에 대해서만 사전 고지하면 된다. 또 입원·수술 고지기간도 일반보험이 5년 이내인데 비해 간편심사보험은 2년 이내로 훨씬 짧다. 그 외 통원·투약 여부에 대해서도 계약자가 미리 알려야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간편심사보험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보유자뿐 아니라 심근경색증·뇌졸중 등으로 과거 수술·입원한 적이 있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다만, 간편심사보험은 실손보험이 아니어서 수술비와 입원비를 80% 이상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며 수술 1회당 30만원, 입원 1일당 3만원 등 미리 약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형태이다.
고혈압·당뇨병에 특화된 보험도 있다. 이 보험은 ‘OO 실버암보험’, ‘OO 3대질병 보장보험’ 등의 명칭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계약자가 고혈압·당뇨병에 대해서 보험사에 사전 고지할 의무가 없는 게 특징이다. 암·뇌졸중·급성심근경색증 등 특정질병으로 진단받거나 사망한 경우 보장받을 수 있다. 이 보험에 가입한 이후, 더 이상 고혈압 또는 당뇨병 유병자가 아님을 증명하게 되면 보험료가 저렴한 일반 상품으로 변경할 수 있어 편리하다.
유병자의 가족들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무심사보험도 있다. 이는 ‘OO실버보험’, ‘OO바로가입 정기보험’ 등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무심사’, ‘무사통과’, ‘바로가입’ 등을 상품명에 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심사보험은 가입자가 모든 질병과 치료내역에 대해 보험사에 사전 고지할 의무가 없고, 건강검진 절차도 별도로 없다. 보험에 가입한 이후 사망할 경우 통상 1,000~3,000만원 수준의 사망보험금이 지급된다. 다른 상품에 비해 사망보험금이 적다는 게 단점이다.
이 같은 유병자보험은 대부분 5~10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갱신할 경우, 연령 증가로 인해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또 유병자보험은 일반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1.1~5배 가량 비싸게 책정돼 있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이 유병자보험에 가입할 경우 불필요하게 보험료만 많이 부담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금감원은 현재 보험사에 유병자보험 판매시 일반보험과 유병자보험을 비교·안내하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보험사에서 건강한 사람에게 유병자 보험을 권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한 뒤 유병자보험과 일반보험의 보장내용·보험료 등을 꼼꼼히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며 “유병자 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 수준과 납입능력, 계약유지 가능성, 갱신주기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상품설명서 등을 통해 예상 갱신보험료 수준까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