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나 어깨 통증을 이유로 병원을 찾은 분들에게 “소화는 잘 되세요?”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잘 안 된다”고 답한다.
그렇다고 만성위염ㆍ궤양 등 뚜렷한 질병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게는 “내시경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며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신경성 위염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통증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목ㆍ어깨 통증 환자와 만성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다. 자세가 구부정하다는 점이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목을 쭉 빼고 앞으로 숙인 채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 또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목을 쭉 빼고 구부정한 자세로 있다 보면, 구부정한 자세가 습관이 되고, 결국은 구부정한 등과 안쪽으로 말린 어깨, 가슴을 웅크린 자세가 기본이 된다. 그러면 명치라고 불리는 오목가슴 부위가 압박을 받게 된다. 좀 앉아 있다 보면 이 부위가 접혀 가슴 아래에 굵은 주름이 잡힌다. 소화를 담당하는 위 부위가 꾹 눌리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분들은 식사 후 헛배가 부르고 소화가 잘 안 되며 속 쓰림이나 신트림이 반복된다. 구부정한 불량자세가 위가 차지해야 할 공간을 좁힌 것이다. 위의 혈액순환도 잘 안 되고 위장운동도 방해 받는다.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 부위를 비정상적으로 누워 있는 모양새로 만들어 위장에서 음식물이 빠져나가기 힘들어진다.
결국 속이 더부룩하고 식도 쪽으로 거꾸로 역류가 잘 일어나 만성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 기능성 위장장애가 온다. 구부정한 자세는 마치 가슴부위를 벨트로 꼭 묶어놓고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셈이다. 위가 제대로 운동하지 못하면 아래로 쳐져 ‘위하수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
구부정한 등뼈(흉추)가 좌우로 비뚤어지기까지 하면 등 통증, 결림뿐만 아니라 등뼈 주위에 위치한 자율신경절 부위의 원활한 신경흐름을 방해해 소화나 호흡에 어려움을 초래한다. 흉추 5~7번 신경은 위장으로 연결돼 있어 흉추 부위가 틀어져 있으면 위의 활동을 만성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소화가 안 될 때 척추 주위를 꾹꾹 지압해주거나 쳐주면 답답함이 좀 가라앉는 것이다. 만약 검사에서 별 이상이 없는데 만성 소화불량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자신의 자세를 한번 살펴봐야 한다.
불량 자세로 소화가 안 된다면 짓눌린 가슴과 구부정한 등을 쭉 펴는 스트레칭이 큰 도움이 된다. 우선 양손을 등 뒤로 돌려 깎지를 낀 후 가슴을 위로 들어 올린다. 그 다음 깎지 낀 채로 양팔을 가능한 위로 많이 올려 자세를 똑바로 유지하고 10초를 세보자. 등이 뻐근하면서 가슴이 쭉 펴진다. 이때 턱은 당기고 가슴은 펴고 배는 집어넣고 허리는 세우자.
위장 운동을 위해 식사 후 20~30분 정도 쉬고 난 뒤 가벼운 산책을 해보자. 배에 원을 그리듯 가볍게 마사지하면서 걸으면 더 좋다. 잠자기 전에라도 등 뒤에 쿠션이나 짐볼 등을 끼고, 기지개를 켜듯 스트레칭을 해주면 소화도 잘 되고, 속이 쓰린 것도 덜하다.
/나효진 재활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