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토종 글로벌 기업들을 ‘귀한 손님’으로 대하라

FORTUNE'S EXPERT | 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우리 기업들 중 상당수는 엄연히 다국적 기업이다. 이들을 귀한 손님으로 여기고 다국적 기업의 수준에 맞는절 적한 대접을 해주어야 한다.우리 기업들 중 상당수는 엄연히 다국적 기업이다. 이들을 귀한 손님으로 여기고 다국적 기업의 수준에 맞는절 적한 대접을 해주어야 한다.


다국적 기업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는 투자를 한 푼이라도 더 유치해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노력이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 우리도 이들을 다국적 기업 수준에 맞게 대접해주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매우 안 좋은 까닭이다. 여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되돌아보면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 과정에서 좋은 기업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이들 중 일부는 가라앉기도 하고 일부는 흥하기도 하면서 지금 우리는 훌륭한 기업들을 국내 경제 내에 보유하고 있다. 실패 사례도 많지만 성공 사례도 많다. 많은 기업들이 우리 국내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어엿한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Enterprise)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많은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을 하는 등 국내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다국적 기업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주주 구성을 보아도 그렇다. 외국인 주주 비율이 상당하다. 이들 기업들은 이제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에 법인을 만들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국내 고용을 크게 늘리지 못해서 안타깝지만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글로벌 생산 및 판매 체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국내의 지나친 규제와 고임금, 그리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걸림돌이 된 까닭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들 기업에 대해 더 이상 낙수효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의 비판까지도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공단은 삼성전자 주식을 1,300만 주 정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삼성전자 주식 한 종목을 통해 기록한 수익이 약 4조3,000억 원이다. 100만명의 가입자에게 430만 원씩 줄 수 있는 돈을 한 종목에서 번 셈이다. 우리 증시에 상장된 우리 기업이었기에 우리 연금이 많은 수의 주식을 사게 되었고, 동시에 그 기업이 전 세계를 무대로 생산과 판매를 할 수 있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었기에 주가가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최근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으며 주가가 올랐던 부분만큼 다시 하락하였지만 여전히 150만 원 정도를 유지하면서 버티는 모습을 보면 상당한 저력이 느껴진다.

해외에 법인을 만들어 돈을 벌면 그중 상당 부분이 국내로 유입되고 장기적으로 해외 자회사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모회사 가치도 올라간다. 또한 우리 대기업들의 협력업체들은 국내에서 납품을 하기도 하지만 대기업과 함께 해외에 동반 진출하여 공장을 만들고 납품을 하는 경우도 많다. 협력업체들이 해외 동반 진출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영업이익률이 일부 낮다고는 하지만 해외 시장을 직접 개척하면서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대기업과, 그들의 성과에 어느 정도 편승하는 협력업체가 반드시 같은 수준의 이익을 올려야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우리 기업 주식을 사들여서 올리는 수익, 그리고 대기업의 협력업체들이 해외 동반 진출을 통해 향유하는 성과를 보면서 낙수효과가 사라졌다는 식의 비판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낙수효과의 형태가 바뀐 것일 수 있다는 면에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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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각에서 또 다시 법인세 인상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지금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을 어떻게 해서든 자국 내로 유치하여 고용을 늘리려는 시도들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국에 대한 투자를 한 푼이라도 더 유치하여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시도들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이 자국으로 가장 초청하고 싶은 기업들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 다국적 기업이라는 사실도 잊으면 안 된다. 우리 국내에서 성장하여 우리 시장에서 영업을 잘하고 있다고 해서 그 기업을 너무 쉽게 보면 안 된다.

이제 우리 기업들 중 상당수는 엄연히 다국적 기업이다. 또한 다른 나라들이 유치하고 싶은 반열에 오른 기업들이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 이들 기업을 귀한 손님으로 여기고 다국적 기업의 수준에 맞는 적절한 대접을 해주어야 한다. 낙수효과는 지금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국내에 많은 기업이 자리를 잡을수록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 고용 창출도 중요하지만 현재 수준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자리가 유지되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본다. 우리 기업을 손님으로, 또한 다국적 기업으로 여기면서 법인세 인하 논의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법인세 인상 운운하는 것은 시점이 안 좋다.

더구나 최근 우리 기업들의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기업들을 힘들게 만드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자꾸 거론하는 것은 경제 전체의 흐름에 악영향을 주고, 이러한 부분이 고용에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더 큰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경제민주화를 거론하면서 기업 거버넌스 이슈에 대해 자꾸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부작용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유럽발 재정위기까지 겹치고, 저유가에 중국 리스크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생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에 기인하고 있다. 기업의 거버넌스를 개선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이슈가 아닌 점을 감안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를 잘 버티면서 기업들이 다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기업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태도의 변화와 접근이 아쉬워진다. 위기 상황에서 좀 더 혼연일체가 되어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함으로써 경제와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윤창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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