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내진 목조주택 '스테키홈'에 가봤더니…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편백나무 향기<Br>강한 지진에도 끄떡없는 아늑한 공간

스테키홈 단지 모습.스테키홈 단지 모습.


경주 지진 여파로 건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 지은 대형 건축물은 내진 설계를 반영했다지만 일반 국민들이 사는 아파트와 주택은 실상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자는 국내에도 지진이 많은 일본의 내진기준을 통과한 집이 있다는 말을 듣고 궁금해졌다. 용인시로 달려가 그곳에 조성되고 있는 소규모 목조주택 단지 ‘스테키홈’을 둘러봤다.

지진에 강한 주택이 국내에도 있다. 일본 나이스그룹의 한국 지사인 스테키코리아가 지은 목조주택 ‘스테키홈’이 주인공이다. 나이스그룹은 건축자재·주택설비기기 생산, 아파트·단독주택 건설, 리모델링 등 주거생활 전반을 다루는 기업이다. 스테키홈은 나이스그룹의 목조주택 브랜드다.


현재 스테키코리아는 경기도 용인시 고기동 일대에 13가구 규모의 스테키홈 단지를 조성해 분양 중이다. 현재 5세대가 입주했고 속속 계약이 이뤄지고 있어 내년 3월까진 분양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에서 자동차로 30분을 달리면 스테키홈에 닿는다. 스테키홈 서쪽에는 바라산과 백운산이, 남쪽에는 광교산이 솟아 있다. 분당과 판교가 반경 10km 이내에 있어 다양한 교육, 의료, 편의, 문화 시설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스테키홈 외관은 간결했다. 2층 구조에 자그마한 테라스가 있고 집 전면에 아기자기한 화단이 조성돼 있었다. 붉은 벽돌이나 흰색 마감재로 깔끔하게 정돈해 군더더기 없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분양사무소에서 만난 박우열 스테키코리아 총괄부장은 말한다. “화려함보단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실용성과 안전 등 집의 가치와 기능을 생각하고 지은 집이죠. 외관에 초점을 맞춘 집은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집 내부에 들어가니 새 집에서 나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1층 천장에는 편백나무(히노키) 보가 노출돼 있어 은은한 나무 향이 배어 나왔다.


기자는 스테키홈이 어느 정도 지진을 견디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박우열 총괄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건축기본법의 내진구조 기준을 통과한 주택입니다. 일본은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건축물 내진 기준을 크게 강화했습니다. 스테키홈 역시 이 기준을 지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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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성목에 아연합금 소재 철물을 이은 모습. 2. 스테키홈은 실용성과 안전 등 집의 가치와 기능을 생각하고 지은 집이다. 3. 분양사무소로 사용 중인 스테키홈 모습.1. 집성목에 아연합금 소재 철물을 이은 모습. 2. 스테키홈은 실용성과 안전 등 집의 가치와 기능을 생각하고 지은 집이다. 3. 분양사무소로 사용 중인 스테키홈 모습.


일본 내진구조 기준을 통과한 건축물은 리히터 규모(진앙에서 발생한 충격파의 크기) 9이상, 진도(진앙에서 충격파가 전달된 지표면에서의 진동 세기. 일본은 0~7단계로 숫자와 함께 강·약으로 나타낸다. 한국은 1~12단계로 표시한다)7에서도 견딜수 있어야 한다. 이는 한국 기준 진도 10~11 수준이다. 스테키홈은 내진·단열 성능이 일본 정부에서 정하는 ‘고품질 주택기준’ 을 뛰어넘는 최고 등급의 초우량 주택이다. 건물 구조는 일본 전통 목조주택 공법을 살리면서 내진 성능과 시공의 합리성을 추구한 ‘파워빌드’ 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일반 목재에 비해 내구성이 1.5배 높은 집성목을 사용하고, 이를 철물로 접합하는 방식이다. 아연합금 소재 철물 접합부품은 주물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지진이 발생해도 끊어지지 않아 집의 구조를 지탱할 수 있다.

벽이 집을 지탱하는 미국식 목조주택과 달리 기둥들이 집을 떠받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리모델링 작업도 간편하다. 벽체가 상하거나 낡았다면 복잡한 과정 없이 새 벽체로 교체하면 된다. 더 이상 작은 방이 필요 없다면 칸막이 역할을 하던 벽을 떼어내 넓은 생활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목조주택의 단점인 단열 문제를 해결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박우열 총괄부장은 말한다. “스테키홈은 일본 에너지절약 대책등급(주택의 에너지절약 성능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단열성, 기밀성, 냉난방에 관한 기준) 중 최고치인 4등급을 통과했습니다. 이 기준을 통과한 주택은 단열성과 기밀성이 뛰어나 냉난방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특수 단열재를 사용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을 잡고, 벽체 안에는 공기가 통할 수 있는 완충 공간을 마련해 습기가 차지 않도록 했다. 습기에 약한 목재들이 상하지 않게 위해서다. 이 공간은 통풍과 단열 효과가 높아 더욱 튼튼하고 따뜻한 집을 만들어준다. 집 전체를 직접 보수·관리해야 하는 단독주택 특성을 고려해 집 지하에는 모든 수도 배관과 전기 배선을 손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이곳은 창고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스테키홈은 39일 만에 집을 완성할 수 있다. 목조주택이지만 집 부품을 모두 모듈화했기 때문에 현장에선 간단한 부품 조립 작업만으로 대부분의 건축 공정을 끝낼 수 있다. 대지 133㎡가량에 연면적 100㎡ 규모 1가구를 짓는 건축비는 1억 원 후반대다. 토지 비용을 합친 분양가는 5억 원 선이다. 건축비가 싼 것은 아니지만 다른 목조주택에 비해 훨씬 튼튼하고 따뜻해 경쟁력이 있다는 게 박우열 총괄부장의 설명이다.

박우열 총괄부장은 말한다. “경주 지진 이후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아졌습니다. 저희는 고기동 스테키홈 단지 분양을 완료한 후 또 다른 단지를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어요. 건축 업계에서도 (저희 단지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자신들이 짓고 있는 목조주택에 스테키홈의 구조를 적용해보고 싶다는 거죠. 저희는 현재 국내 중소 건축업체와의 제휴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스테키홈의 목표는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나무의 온기를 느끼며 가족이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안전한 집을 짓는다는 것이다. 네모난 콘크리트 상자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도시인들에게 스테키홈이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해진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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