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최순실 사태와 내년 대선

국가 시스템 무너진 상황에도

대권 유불리만 계산하는 여야

'정치 불신' 더 깊어지기 전에

민심에 부합하는 해법 내놔야

온종훈 정치부장 사진온종훈 정치부장 사진




국가위기상황은 외부든 내부든 충격에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충격의 크기보다 시스템의 작동 불능에 방점이 있다.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최순실 사태의 이면에는 한국 정치의 실종(失踪)이 있다. 한때 ‘선거의 여왕’이며 위기 국면 돌파의 고수로 평가받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연루된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히 무기력하고 무능한 모습을 연거푸 보이고 있다. 아직은 여당인 새누리당은 ‘질서 있는 수습’을 얘기하고 있지만 지금 당내에서 벌어지는 친박근혜와 비 박근혜계의 내부 대립은 전쟁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야당들도 국가위기상황임을 얘기하고 있지만 거국중립내각(아님 2선 후퇴) 외에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성난 민심’을 핑계하거나 편승해 이번 국면을 정치적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여러 ‘혐의’가 짙다. 이런 와중에 박 대통령은 ‘국회추천 총리’를 해법으로 제시한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13분간의 짧은 만남이 있었고 최순실 사건의 핵심이자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은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는 위기상황에 대안이나 수습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정치권이 길을 잃고 있다. 그것은 일차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언론의 탐사·추적 보도로 촉발된데다 시대착오적인 권력형 비리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현 정치 체제에 대한 부정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이 정치권 태업(怠業)의 본질은 아니다. 결국 여야 모두 이를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대선과 연관 짓는 사심(私心)이 기저에 작동하며 한발 걸치고 한 발 빼는 전략으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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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는 가뜩이나 안갯속 같았던 내년 대선 전망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등의 여부뿐만 아니라 헌법개정 문제가 같이 맞물리면서 선거가 12월에 열릴지 말지도 불투명하다. 여기다 민심의 행로에 따라서는 ‘여의도 정치’ 자체가 통째로 부정되거나 해체되는 상황 전개도 배제할 수 없다.

판세 예측이 의미 없고 부질없는 짓이지만 내년 대선에 새누리당 후보는 없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의 탈당이든 아니든 5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새누리당의 간판은 대선국면에서 내려져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질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그것이 뭐가 됐건 새누리당 세력을 이어갈 보수·우파의 새로운 당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국면에서 대선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야당 후보가 반사이익을 오롯이 누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정권심판 프레임이 상당히 유효하겠지만 그것이 1년 이상 문 전 대표 등 야권후보의 청와대 행(行)을 보장해주는 않는다는 것은 최근 대선 결과를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 한국 정치에 있어 1년여의 시간은 판세 예측을 불허한다. 실제 새누리당과 여권의 몰락이 시작된 4·13 총선 불과 6개월 전에는 지금 보면 너무 허황한 ‘새누리 개헌선(200석)확보’라는 전망이 여의도 정가에 공공연하게 돌기도 했다.

그렇다면 여야 정치권이 국가 위기상황으로 전개되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응하는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박 대통령이 ‘책임총리’로 임명했다고 자진해서 지명철회 수순을 밟고 있는 김병준 후보자는 지난 3일 “국정이 붕괴 되는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절차상의 문제와 김 후보자의 자격 시비와 별개로 이 지적에 대해 국민 여론이 대체로 공감한 것은 최순실 사태 못지않게 이에 파생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거리로 나오지도 않았고 시국선언을 하지도 않았지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유권자들은 이 위기국면에서 여야 정치권이 무엇을 했는지 내년 대선 투표장에서 절대 잊지 않을 것 같다./jhohn@sed.co.kr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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