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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장태산휴양림] 노랑·초록빛 사이...늦가을 숲의 향기 그윽

노란 은행잎·짙푸른 메타세쿼이아 '한폭의 수채화'

'숲속어드벤처' 걸으며 상쾌한 나무 냄새에 피로 싹~

장태산휴양림 주차장에서 입구를 바라본 풍경. 왼쪽의 은행나무에는 가을이 내렸지만 오른쪽 메타세쿼이아들은 아직도 짙푸르다.장태산휴양림 주차장에서 입구를 바라본 풍경. 왼쪽의 은행나무에는 가을이 내렸지만 오른쪽 메타세쿼이아들은 아직도 짙푸르다.


대전 장태산의 계절은 늦가을이지만 색깔로는 여름과 가을이 교차한다. 왼쪽에는 은행나무가 노란색을, 오른쪽에는 메타세쿼이아가 초록빛을 내뿜으며 버티고 서 있다. 해마다 11월 초가 되면 장태산에는 초록과 노랑, 두 가지 색깔이 임무를 교대한다. 그리고 이 간절기에서 또 일주일이 지나면 녹색 침엽의 메타세쿼이아는 과격하게 갈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하늘을 가리던 은행잎이 거처를 땅바닥 위로 옮기듯, 생물의 죽음이 자연의 질서이듯, 메타세쿼이아도 순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침엽수의 잎들도 우수수 떨어져 넓은 대지를 뒤덮는다. 그것이 내년 봄 신록을 약속하는 절차라고 해도 잎새의 추락은 아쉽고 애잔하다.

애당초 장태산휴양림은 민간 소유였다. 1970년대 초 고(故) 임창봉씨가 당시로는 거금인 20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국내 최초의 휴양림이다. 이후 1991년 5월 산림청이 휴양림으로 공식 지정했지만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경영이 어려워진 끝에 지난 2002년 2월 대전시에 인수됐다.


대전시는 리모델링을 통해 면모를 일신한 후 2006년 4월 재개장했다. 대전시민에게조차 잊혀지고 있던 장태산휴양림은 이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근동은 물론 멀리 서울·부산까지 입소문이 빠르게 번졌다. 그리고 대전관광명소 12경과 ‘2014 한국 관광의 별 100’ 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한국 관광의 별 100을 알리는 포스터에는 장태산 ‘숲속어드벤처’ 위에서 아래쪽 철제다리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이 인쇄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장태산휴양림 입구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입장객을 반기는 것이 왼쪽의 호수다. 이 호수에는 비단잉어들이 살고 있는데 살찌고 탐스러운 모습이 아름답다고 해서 이들에게만 눈길을 빼앗기면 안 된다. 고개를 들어 왼쪽을 보면 메타세쿼이아 나무들 사이로 은행의 노란색이 주단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곳을 둘러보고 오른쪽으로 나오면 숲속어드벤처 진입로가 보인다. 철재로 만들어진 이 길은 초입에서는 느낄 수 없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흔들림이 심해진다. 바람이 불거나, 여러 사람이 발을 맞춰 가면 공명(共鳴)이 심해지면서 흔들림은 격해진다. 흔들림이 무서운 여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호들갑을 떨지만 ‘무섭다’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장태산휴양림의 메타세쿼이아들. 수령은 5령 정도다. 나무나이 ‘1령’은 인간나이 10년에 해당한다.장태산휴양림의 메타세쿼이아들. 수령은 5령 정도다. 나무나이 ‘1령’은 인간나이 10년에 해당한다.


장태산이 좋은 것은 이런 시설물들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빽빽한 숲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풍광이 좋으려면 장대한 자연환경에 비해 분포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어야 하는데 장태산은 그런 조건에 부합한다. 이 같은 조건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장태산의 면적은 84㏊. 장태산을 찾는 이들의 숫자는 연간 80만명으로 하루 평균 2,000명이 찾는 셈이다.


우리가 숲속에 들어갈 때 느끼는 상쾌한 기운은 나무줄기나 잎에서 나오는 ‘피톤치드(Phytoncide)’ 덕분이다. 피톤치드의 작용은 이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피톤’은 식물, ‘치드’는 죽인다는 뜻으로 피톤치드에는 강한 살균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주변의 미생물로부터 자기를 지키기 위해 발산하는 물질로 유해 미생물은 박멸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이롭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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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펜(Terpene)’의 효과도 상당하다. 나무나 풀 등의 식물은 각자 특유의 냄새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이 테르펜이 식물들이 발산하는 냄새의 근원이다. 숲속에는 수많은 테르펜이 서로 섞여 ‘숲의 냄새’를 만들고 바로 이것이 마음과 몸의 긴장과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다.

산림욕의 효과가 가장 좋은 계절은 단연 초여름이다. 식물의 생육이 가장 왕성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하루 중에는 오전10시부터 12시 사이가 가장 좋다. 산림욕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통풍과 땀 흡수가 잘되는 간편한 옷차림을 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 또는 명상과 독서를 하면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장태산자연휴양림에는 숲속어드벤처 등 다양한 시설들이 갖춰져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숙박시설이다. ‘숲속의 집’이라고 불리는 숙박시설은 6인실(1박 6만~8만원), 15인실(25만~35만원)이 있는데 비수기와 성수기 요금에 차등을 두고 있다. 예약은 매월 1일 0시에 그달의 예약을 인터넷으로만 받는다. 이 밖에 전시관과 체육시설 등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40여개의 시설들이 구비돼 있다. 대전시 서구 장안로 461(www.jangtaesan.or.kr)

/글·사진(대전)=우현석객원기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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