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5분여를 더 와야 도착할 수 있는 해방촌 오거리. 그곳에서 약 20m만 내려가면 ‘신흥시장’의 입구가 나온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무대 비슷하게 만들어둔 공연장이 나오고 그 안으로 더 들어가면 제대로 찾아온 게 맞는지 싶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허름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서울 용산구 용산동에 위치한 낡은 전통시장인 ‘신흥시장’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인근 중개업계에 따르면 연예인들은 물론 고액 자산가들이 앞다퉈 시장 내 건물 매입에 나서면서 건물 가치 역시 상승하고 있다.
실제 연예인 J 씨는 지난 7월 3.3㎡당 3,200만~3,500만원에 용산구 신흥시장 내 36㎡ 정도 되는 건물을 매입했다. 연예인 N씨 역시 입구 바로 근처에 비슷한 규모의 건물을 사들였다. 이들이 투자했던 건물들은 현재 시세가 3.3㎡당 5,000만원에 육박한다. 1년도 지나지 않아 40% 이상 가격이 급등한 셈이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팀 차장은 “최근 신흥시장 내 건물을 3.3㎡당 5,000만원에 사겠다는 투자자가 나왔지만 매매까지 이뤄지지는 못했다”며 “향후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가격이 오르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는 덕분이다. 무엇보다 향후 용산의 미군기지가 이전을 완료하고 공원이 만들어지면 남산공원과 용산공원을 연결해주는 통로의 역할을 신흥시장이 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신흥시장의 입지를 이용하기 위해 인근의 건물들을 허물고 남산과 용산을 잇는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시 역시 이 같은 신흥시장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과 예술이 공존하는 ‘아트마켓’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고 예술 공방 등이 들어서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인근 L 공인 관계자는 “현재의 가치보다는 미군 기지 이전 이후 등 향후의 신흥시장의 모습을 기대하고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