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기관투자가에 대한 오해

김현준 더퍼블릭투자자문 운용총괄이사



주식시장의 부진이 계속될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기관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시름을 덜어낼 수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원망이라는 사실에 몇 가지를 바로잡고 싶다.

먼저 기관투자가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많은 개인의 집합이다. 개인투자자와 같이 여러 복수의 집합인데 기관이 사면 오르고 개인이 사면 떨어질까. 단순하다. 기관은 개인에 비해 호가(사고파는 가격)에 덜 민감해서다. 펀드매니저가 굴리는 돈은 상대적으로 많고 돈을 놀리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이다. 따라서 사야 할 종목은 비싸게라도 사고 팔아야 할 종목은 싸게라도 파는 것이다.


기관투자가가 많은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는 점도 큰 오해다. 일단 기관도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고 개인투자자 중에서도 훌륭한 실력을 가진 분이 많다. 기관이 얻는 정보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조금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수준의 것이다. 오히려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분석하는 것과 동떨어져 불필요한 매매를 조장하는 경우가 더 많다. 건전한 투자를 위해서는 정보의 양이나 시의적절성보다 정보에 대한 해석능력이 훨씬 중요하며 이는 개인투자자도 충분히 기를 수 있는 소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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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기관투자가들의 매매동향에 초연해야 한다. “모증권사에서 매수보고서를 내놓고는 다음 날부터 팔기 시작한다”며 비난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다. 우연의 일치로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와 매도 우위 창구가 같을 수는 있지만 증권사는 매매를 주선하는 중개인일 뿐 실제로 주문을 내는 쪽은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의 펀드매니저들이다. 아울러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보유한 종목 수가 수십·수백 개에 이르기 때문에 한두 종목쯤은 기업가치를 면밀히 따지지 않고 사거나 팔기도 한다. 자동차나 대형 가전제품을 고를 때는 심사숙고하지만 점심 메뉴는 쉽게 고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식어버린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을 다시 뜨겁게 달구는 길은 ‘돈’맥경화 해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훌륭한 기업을 한뜻으로 응원하는 올바른 투자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기관투자가에 대한 오해가 불식돼 개인과 기관 모두 올바른 투자문화로 돈맥경화를 해소하기를 기대해본다.

김현준 더퍼블릭투자자문 운용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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