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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에서 쓰이는 비 인간적인 공포의 무기들



모든 전쟁은 끔찍하다. 그러나 어떤 전쟁은 다른 전쟁보다 더욱 끔찍하다. 지난해 발생한 시리아 내전의 전사자는 47만 명에 달한다. 전사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은 모두 다 비극이다. 그러나 특정 표적에 대해 사용된 특정 병기는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3일 미 국무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상을 일시 중지한 상태다. 국무부는 민간인과 구호품 호송대에 대한 공격을 주 원인으로 들었다.

‘워싱턴 포스트’ 지와 ‘로이터’ 지에 따르면, 어느 익명의 정보 관료는 이 점을 강조하면서, 러시아 공군이 통폭탄, 열압력폭탄, 소이탄, 클러스터 폭탄, 벙커 버스터 등 여러 가지 파괴적인 병기를 사용해 알레포에 공습을 가한 점을 지적했다.


러시아가 공습에 사용한 무기는 어떤 것이며, 러시아 이외에 다른 어떤 나라에서 쓰이고 있는가?

통 폭탄은 항공기에서 투하 가능한 조잡한 IED(급조폭발물)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파편과 폭발물로 채워진 통이다. 때에 따라서는 가솔린을 넣기도 하며, 헬리콥터에서도 투하 가능하다. 아사드 정권이 시리아 반군과 싸울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무기이며, 무차별적인 살상을 한다.

열압력폭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루기로 하겠다. 우선 소이탄과 그에 관련된 국제규약부터 알아야 이해가 가능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소이탄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표적을 불태워 버리는 폭탄이다. 전쟁법에 따르면, 군사 목표물에 대한 소이탄 사용은 허용된다. 그러나 특정 재래식 병기 금지 협약의 제3부속 의정서에 따르면, 민간 목표물에 대한 소이탄 사용은 금지되어 있다. 시리아는 이 협약에 조인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조인했다.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의 지원 하에 민간인에게 소이탄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있다. 이는 전쟁 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

클러스터 폭탄(집속탄) 역시 이름을 보면 그 성격을 알기 쉽다. 이 폭탄은 수많은 작은 자탄을 방출하는 구조다. 클러스터 폭탄은 전쟁 잔류 폭발물에 대한 의정서에 그 성격이 규정되어 있으며, 2010년부터 발효된 집속탄 금지 협약에 의해 금지되었다. 클러스터 폭탄은 여러 가지 이유로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일단 자탄이 광범위한 지역에 방출되면 불발탄이 되어 남아 위험할 수 있다는 것도 그 주된 이유다. 러시아와 미국은 전쟁 잔류 폭발물에 대한 의정서 조인국이며, 시리아는 이 조약에 대한 비조인국이다. 그러나 러시아도 시리아도 미국도 집속탄 금지 협약은 조인하지 않았다. 미국은 클러스터 폭탄의 군사적 효용이 뛰어나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할 정도다. 그리고 미 국방부는 “2018년 이후 사용되는 클러스터 폭탄은 불발탄 발생률이 1% 이하여야 한다.”라는 정책을 채택했다. 벙커 버스터 폭탄은 땅을 뚫고 지하 깊숙이 있는 표적(강화된 군용 벙커 등)을 파괴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러한 병기들은 군사적 표적에 사용될 수 있지만, 비군사적 표적에 사용될 경우 끔찍한 결과를 몰고 올 수 있다.

UN 아동권리 위원회의 위원장인 베니얌 다위트 메즈무르는 UN 보도부에 “공습 때문에 아이들이 다치고 죽어갑니다. 얼마 남지도 않은 병원이 공습으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벙커 버스터 폭탄 때문에 아이들이 지하의 학교에도 안전하게 등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이 벌어지는 알레포를 걷는 두 소녀. 배낭은 유니세프에서 제공한 것이다.시리아 내전이 벌어지는 알레포를 걷는 두 소녀. 배낭은 유니세프에서 제공한 것이다.


러시아는 강력한 관통력을 자랑하는 KAB-500L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벙커 버스터 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지상의 활주로와 콘크리트 빌딩을 파괴하기 위해 설계된 BETAB 폭탄 역시 지하 표적 파괴에 사용될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협력이 중단된 것은 러시아가 열압력탄을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국무부는 국방부에 열압력 폭탄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보낸 상태고, 국방부는 현재까지는 이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열압력 폭탄은 정확히 무엇인가? 그것이 왜 무섭고, 왜 논란의 대상인가?

윌슨 W.S. 웡은 자신의 책 ‘Emerging Military Technologies: A Guide to the Issues’에서 연료 기화 폭탄을 이렇게 정의한다. “대기 중의 산소를 산화제로 사용하고, 연료를 주변에 적절히 살포해 정확한 혼합비를 만들어내어 격발하는 폭탄이다. 열압력 폭탄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폭탄들은 오래 지속되는 큰 충격파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훌륭한 정의다. 그러나 여러 용어들을 하나로 혼합한 흔적이 보인다. 터키 앙카라의 중동 기술 대학의 화학자 레미 튀르커는 최근 ‘디펜스 테크놀로지’ 지에 기고한 논문에 다음과 같은 명확한 정의를 실었다. “열압력 병기는 용적 병기라는 큰 범주의 하위 범주에 속한다. 용적 병기에는 열압력 폭탄과 연료 기화 폭탄이 포함된다.”


열압력 폭탄이 그 원리상 다른 폭탄과 어떻게 다른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부분의 재래식 폭탄은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범주인 유탄은 인마, 차량, 건물에 파편을 날려댄다. 두 번째 범주인 성형작약탄은 폭발 에너지를 좁은 곳으로 집중시켜 뜨거운 플라즈마 제트를 뿜어 장갑판을 관통한다. 미 육군 연구소는 성형작약탄의 수학적 원리를 단계별로 묘사한 124장의 슬라이드 자료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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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열압력 폭탄 및 연료 기화 폭탄을 포함한 용적 병기의 실체에 대해 튀르커의 설명을 다시 들어보면 “연료를 기체, 액체(에어로졸), 분체의 형태로 함유한 포탄 또는 투사체가 폭발하게 되면, 그 속의 연료는 공기 중으로 구름 같은 형태로 퍼지게 된다. 연료 속에 산화제가 없어도 이러한 현상은 나타난다. 이 연료의 구름을 격발하면 충격파가 발생한다. 오랜 시간 동안 사방으로 엄청난 규모의 압력이 퍼져나가는 것이 이 충격파의 특징이다. 열압력 폭탄의 경우, 연료는 일원추진제와 고에너지 입자를 포함한다. 폭탄이 작동하면 이 에어로졸 형태의 연료는 TNT나 RDX같은 재래식 폭발물과 같이 마이크로초~밀리초 이내로 격발된다. 에어로졸 입자들이 주변 공기 내에서 매우 신속히 연소되어, 매우 강력한 불덩어리와 빠른 속도의 초과 압력을 만들어낸다. ”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폭탄 내부의 연료가 살포된 모든 곳에 순식간에 불이 붙고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된다는 것이다. 이 충격파는 일반적인 고폭탄의 충격파보다 더 오래 지속되며, 반향을 일으켜 강력한 힘으로 사람의 신체 내부를 계속해서 타격한다. 이러한 무기를 사용하는 데 따르는 군사적 이점은 무엇인가?

튀르커는 “이런 폭탄의 충격파는, RDX같은 재래식 폭탄의 충격파에 비하면 폭발물의 폭연 때문에 상당히 약하다. 그러나 연료는 터널, 동굴, 벙커 안에도 신속히 퍼진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인원 및 탄약에 높은 열을 가할 수 있다.

에어로졸 폭탄의 폭발은 주변 공기 속의 산소를 소진시킨다. 폭발물은 보통 자체 산화제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외한들의 상식과는 달리, 에어로졸 폭탄이 위험한 것은 산소를 없앨 뿐 아니라 폭발 과정에서 양압과 부압을 일으켜 피폭자의 폐에 기압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연료 기화 폭탄 및 열 압력 폭탄을 포함한 용적 병기는 시리아 내전에만 쓰이지 않았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연료 기화 폭탄을 개발, 베트남 전쟁에는 지뢰원 개척 및 인마 살상용으로 BLU-73/B 연료 기화 폭탄을 사용했다. 러시아 역시 1990년대 중반 체첸 독립운동가들에게 항공기로 연료 기화 폭탄을 투하했다. 1999년에 러시아는 탱크처럼 생긴 TOS-1 부라티노 다연장 로켓포를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에 투입했다. 이 로켓포는 열 압력 로켓포탄을 표적에 발사했다. 미국도 아프가니스탄 전쟁 초기에 동굴 속에 숨어 있는 알 카에다와 탈리반을 살상하고자 열 압력 폭탄을 사용했다.

이것은 열 압력 폭탄의 미국 특허 문서로, 열 압력 폭탄을 개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허 문서의 내용에는 “열 압력 폭탄은 장갑 관통 또는 파편 살상 효과가 아닌 열과 압력 효과를 내기 위해 설계되었다. 열 압력 폭탄은 보통 니트라민을 함유한 연료가 풍부한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표준적인 폭발물에 비해 더 긴 시간 동안 에너지를 방출함으로서 오랫동안 압력파를 발생시키는 것이 특징이다.”고 말하고 있다.




열압력 폭탄 특허 문서에 실린 그림열압력 폭탄 특허 문서에 실린 그림


미국과 러시아는 더 큰 열압력 폭탄도 실험해 왔다. 이들 폭탄은 핵폭탄에 비교해도 살상력 면에서 손색이 없을 정도다.

지난 2003년에 등장한 GBU- 43/B 공중폭발 초대형폭탄에는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는 별명이 붙어 있으며, 아직 실전에서 사용된 적은 없다. 지난 2007년 러시아 역시 초대형 열압력 폭탄을 실험했으며 ‘모든 폭탄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붙였다. 미국과 러시아 이외에도 중국, 인도 역시 열압력 폭탄을 가지고 있다.

‘휴먼 라이츠 워치’에 따르면, 제조가 더욱 간단한 연료 기화 폭탄은 시리아 정부에서도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오픈 소스 관찰자들은 시리아가 최소 2012년 초부터 연료 기화 폭탄을 사용해 온 증거를 찾았다.

그렇게 무서운 병기라면, 앞으로 금지 조약이 생기지 않겠는가?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UN 군축 연구소가 전시 민간인 보호의 법적 기준을 분석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의 저자 마야 브렘에 따르면 열압력 폭탄은 소이탄을 규제하는 특정 재래식 병기 금지 협약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열압력 폭탄은 고온을 발생시켜 화재를 일으키고, 넓은 지역의 사람들에게 매우 참혹한 부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브렘은 첨단 폭발물을 규제하는 규정들도 열압력 폭탄에 이미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가 열압력 폭탄을 보유하고 있는 이상, 열압력 폭탄을 규제하는 조약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나마 과거의 전쟁법을 현실적으로 개정하는 쪽이 더 실현 가능성이 높다. 병기 자체보다는 병기가 사용되는 표적 쪽에 더 큰 규제를 만들어 내야한다. 똑같은 병기라도 군사적 표적에 대해서 사용하는 것과, 포위된 도시의 지하 학교에 등교하려는 아이들에게 사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 말 할 수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Kelsey D. Atherton

By Kelsey D. Ather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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