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약 1조4,000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남부에 대규모 화학공장과 액화석유가스(LPG) 탱크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투자 규모는 효성이 지난 2007년부터 베트남에 투자한 총액과 맞먹는다.
계획이 성사될 경우 베트남 기지를 발판삼아 세계 섬유·화학 시장에 파고드는 효성의 전략이 일대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베트남 남부 호찌민 인근에 있는 바리어붕따우성 카이 멥 산업단지에 12억달러(약 1조3,950억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투자제안서를 제출했다. 베트남 정부의 허가를 받으면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 여부를 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효성의 이번 투자는 LPG 저장 탱크와 LPG를 원료로 만드는 폴리프로필렌(PP) 공장을 대규모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효성은 1단계에서 각각 1억3,300만달러, 3억3,600만달러를 투입해 LPG 탱크와 PP 공장을 세운다. 2단계는 각각 4억9,600만달러, 2억2,600만달러를 투자, 프로판탈수소화공정(PDH) 공장과 PP 2공장을 짓는다. 정확한 생산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의 이번 투자 계획은 베트남을 섬유뿐 아니라 화학 분야에서도 핵심 생산거점으로 키우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베트남은 효성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고기능 섬유 스판덱스와 자동차 소재 타이어코드, 나일론의 주력 생산기지다. 효성은 연산 5만톤이 넘는 베트남 스판덱스 공장을 향후 8만톤까지 키운다는 목표다. 세계에 퍼진 효성의 스판덱스 단일 생산공장 가운데 가장 큰 기지로 만든다는 것이다. 베트남 타이어코드 공장의 생산능력은 10만톤 정도다.
효성은 최근 신성장 동력의 일환으로 PP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효성은 국내에서도 약 1,400억원을 투자해 내년까지 울산 용연 1공장 내 부지에 연산 20만톤 규모의 PP 공장 증설을 진행할 계획이다. PP는 각종 용기나 배수관 파이프, 의료성 주사기 등의 원료로 널리 쓰이는 범합성수지 원료다.
또 이번 투자는 베트남 내 효성의 영향력이 호찌민 인근 동나이성에서 바다에 접한 바리어붕따우성까지 확장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미 효성은 베트남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지 주요기업으로 성장했다. 효성이 지금까지 베트남 생산법인에 투자한 금액은 누적 10억달러(약 1조1,360억원)에 이른다. 효성 베트남법인의 매출액은 2014년 1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1조1,300억원 남짓한 수준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해 베트남 전체 수출액(1,620억달러) 대비 0.7%에 가까운 규모다.
2007년 베트남에 생산법인을 만든 효성은 올해로 진출 10년째를 맞았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중국에 이은 차세대 생산거점으로 베트남을 점찍고 선제투자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