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샤이 트럼프'는 성·인종차별 개의치 않는 백인여성

첫 여성대통령 탄생보다 트럼프 사업가 경력에 호평

전문가 “여전히 특권계층이라 둔감”

도널드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가운데 오리건주 유진에서 트럼프 지지자가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가운데 오리건주 유진에서 트럼프 지지자가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의 승패를 가른 이른바 ‘샤이 트럼프(Shy Trump)’는 분노한 백인 남성이 아닌 성·인종차별에 개의치 않는 백인 여성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출구조사 결과와 인터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인 여성의 무려 52%가 트럼프에게 투표했고 대졸 미만 백인 여성 중에는 트럼프를 지지한 유권자가 2배나 많았다. 이 같은 현상은 트럼프가 선거운동 기간에 여성비하 발언을 무더기로 쏟아낸 점을 고려할 때 의외의 현상으로 여겨진다.


가디언은 트럼프를 지지한 백인 여성 대다수는 인종차별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고 봤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무슬림의 입국을 거부하겠다는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주장이 이들의 표심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문화 비평가인 미키 켄들은 “그들에게 인종차별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아버지와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만 일했던 이방카 트럼프가 ‘나는 성희롱을 당한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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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디언은 ‘유리천장’을 깨고 첫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는 클린턴의 도전보다 트럼프의 사업가 경력과 정책이 백인 여성들에게 더 와 닿았다고 분석했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정형외과 의사인 에이미 라일리는 (클린턴이 내세운)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에 반대한다며 “아주 열심히 일해서 가난에서 벗어났다. 내가 버는 달러 한 장도 내가 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백인 여성들이 아직 미국 사회에서 특권을 가진 계층임을 고려할 때 트럼프 지지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작가 레베카 캐럴은 “백인 여성은 악랄한 여성혐오와 분노, 성차별의 대상이긴 하지만 아직 여러모로 보호받고, 선호되고, 특권을 누리는 계층”이라며 “대선 후 백인 여성들이 트위터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죠?’라고 묻는 글을 올리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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