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 국방부는 다음주께 한일 GSOMIA의 가서명을 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가 무엇에 쫓긴 듯 여론의 반대에도 속전속결로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특히 지난 2012년 이명박 정권이 이 협정을 추진할 때 “절차와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음주쯤 한일 간에 GSOMIA 체결을 위한 3차 실무협의를 열어 가서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차 실무협의는 도쿄에서 다음주 초에 열릴 예정이다. 문 대변인은 “한일 양국이 1일 도쿄, 9일 서울 등 두 차례의 실무협의를 통해 협정의 주요 내용에 대해 의견 일치를 봤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합의된 문안에 대해 법제처에 사전심사 의뢰하도록 외교부에 요청했고 외교부는 9일 법제처에 심사를 의뢰했다. 법제처 심사 이후에는 차관회의 상정,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 등 국내법상 필요한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협상을 공식 시작한 지 불과 10여일 만의 합의에 대해 졸속처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국민과 야당의 의사를 무시한 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논의를 계속해간다면 야 3당은 국방부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안보적으로 꼭 필요한 사항’이라며 개의치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미국의 종용으로 이 협정이 추진되는 것 같다”며 “최순실 게이트에 몰린 한국과 정권교체기를 맞이한 미국의 정책 당국자들이 대못 박기에 나서 한국 국민의 정서와 여론을 무시하고 졸속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은 일본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도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에 진주할 수 있다’는 논리를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유사시 자위대의 북한 진주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펼쳐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협정 체결을 앞두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그동안 GSOMIA 체결에 대해 “국회와 국민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왔지만 ‘과연 어떤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 대변인은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부분을 충분히 인식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지만 이미 가서명까지 앞둔 상황에서 성의 없는 형식적 답변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국방부는 ‘정치권 상황과 관련 없이 안보 당국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며 협정 체결 강행 의지를 밝혔으나 야권은 이를 강행할 경우 ‘박 대통령이 대화의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