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 대통령 하야 촉구 3차 촛불집회…성난 민심, 100만 촛불 켜다(종합)

역대 최대 규모…지방서도 상경, 청소년·외국인들도 대거 참여

일부 집회참가자, 경찰에 "수고했다" 악수건네며 성숙한 시민의식 보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일대에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권욱기자ukkwon@sedaily.com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일대에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권욱기자ukkwon@sedaily.com


12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3차 촛불집회에서는 성난 민심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큰 물리적 충돌 없이 대체로 평화롭게 집회가 진행됐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민주노총 등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이날 집회는 오후 4시부터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본집회가 열렸다. 이에 앞서 오후 2시부터는 종로 등에서 시민, 학생 등을 중심으로 사전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집회 측 추산 100만명(경찰 추산 26만명)이 모여 박 대통령에게 ‘최순실 게이트’ 책임을 묻고 퇴진을 요구했다.

집회 참가자 수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 당시 20만명,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의 70만명을 넘는 역대 최대규모다.

시위 외에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4강 독일전이 열린 6월26일 광화문일대와 시청 등에 100만명 가량이 모인 것과도 비슷한 수치다. 2002년에는 대한민국 국민인 게 자랑스러워 모였고, 이번에는 대한민국 국민인 게 화가 나서 모였다.

12일 집회에는 서울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상경하는 인원들이 참여했다. 이에 전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전세버스 등으로 이날 오전부터 광화문 일대는 혼잡을 빚기도 했다. 또 버스터미널과 기차역 등도 평소보다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청소년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권욱기자ukkwon@sedaily.com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청소년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권욱기자ukkwon@sedaily.com


경찰은 오전부터 272개 중대, 2만5000여명을 서울광장과 세종대로사거리 등 집회장소에 배치했다.

이번 3차 집회는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참가자 외 청소년들과 가족단위로 집회에 참여한 이들도 상당수였다. 또 외국인들도 태극기 또는 ‘박근혜 퇴진’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현장에서 만난 미국인 제이슨씨는 “한국에서 6년째 거주 중인데 그 동안 박 대통령의 행동 이 지나치게 권위적이라는 문제의식을 갖던 중 집회에 참여했다”면서 “이렇게 많은 시민이 모였음에도 시위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게 미국보다 훨씬 선진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인 이아카와 아이(25·여)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뜻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는 역사적인 순간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왔다”면서 “일본에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힘을 발휘하는 경우는 흔치 않는데 그런 점은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집회·시위문화를 감탄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3학년인 김하나(18·여)양은 “집회를 하면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지금까지 평화적으로 진행됐던 것을 보고 폭력집회 등의 우려가 적어 많이 이번 집회에 나왔다”면서 “나는 특성화고 재학 중이라 현재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학생도 이렇게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교복을 입고 집회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초등학생 딸 셋을 데리고 경기도 일산에서 광화문광장으로 왔다는 김미란(여)씨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딸들을 모두 데리고왔다”며 “딸들이 지금은 선거권이 없지만 투표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 현장학습차원에서 데려왔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한 일부 시민들은 경찰들에게 “수고했다”며 악수를 건네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3차 촛불집회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 인사들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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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황영철·오신환 새누리당 의원 등 여당 일부 의원들도 이번 집회에 참석, 박 대통령을 향해 “이제 대통령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방송인 김미화·김재동씨, 가수 이승환·전인권·정태춘씨 등도 집회에 참여해 공연 등을 펼치며 집회를 문화제로 이끌었다.

12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3차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이 종로구 내자동 로터리에서 청와대로 진격하기 위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12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3차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이 종로구 내자동 로터리에서 청와대로 진격하기 위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회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진출하려는 일부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이 한때 충돌을 벌여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이날 오후 7시30분 쯤 집회 행진코스가 끝나는 경복궁역 사거리 청와대 방면 도로에 설치된 경찰 차벽 앞에서 일부 시위대가 경찰 병력을 밀어내려 시도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며 경찰 방패를 뺏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가 경찰차 위로 올라갔다 끌려 내려오기도 했으며, 당시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차 위에서 내려오라”, “질서 있게 집회를 하자”라며 말리기도 했다. 이때 일부 집회 참가자끼리 사소한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종로1가 청진공원 인근에서는 누군가 죽창 50여개를 갖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급히 현장에 파견됐다. 그러나 이는 죽창이 아니라 인근 식당에서 인테리어 작업용으로 쓸 죽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집회에서는 참가자 7명이 경미한 증세 등으로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종로소방서는 “오후 10시 현재 집회 현장에서 7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며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고, 증상은 찰과상, 옆구리 통증, 전신 쇠약, 구토, 단순 통증 등으로 모두 경미했다”고 전했다.

12일에는 서울 뿐 아니라 지방 곳곳에서도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는 시민 2,000여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가졌고, 경북 영천의 시민광장에서도 100여명이 집회를 진행했다.

또 경주에서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집결해 시국집회를 가진 뒤 시가지 행진을 했고, 대구와 울산에서도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와 시국문화제 등을 열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광주 5·18민주광장에서는 시국 풍자공연 등이 어우러진 집회가 열렸고, 경북 포항에서도 학생들과 시민들이 시국선언을 한 뒤 시가행진을 벌였다.

집회 주최 측은 이날 오후 10시 넘어 본행사를 마치고 자유발언 등을 이어가며 1박2일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김정욱·박진용·이두형기자 mykj@sedaily.com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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