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

'옛 3순위'된 내집마련신청서 ... 청약 가수요 부추겨

업계, 분양열기 타고 대부분 도입

특별 조건 없이 누구나 신청 가능

신청자 늘려 사업지 인기 띄우려

추첨 때 '알바'까지 동원 다반사

시장 교란에 실수요자 피해 우려





# 최근 태영건설 등 6개 건설사의 컨소시엄이 분양하는 경상남도 창원시 ‘창원 중동 유니시티’ 3·4단지 모델하우스에는 무려 3,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최종 미계약 가구분에 대해 ‘내집마련신청서’를 작성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추첨행사를 열었는데 수천 명이 운집한 것이다. 이들은 내집마련신청서 작성 때 500만원을 지불했다. 이 단지는 지난달 14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6만여명이 몰리며 최고 104대1의 경쟁률로 전 평형이 마감됐지만 이 중 30%는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내집마련신청서를 작성한 이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간 것이다.


신규 분양시장 열기를 타고 보편화된 내집마련신청서가 사실상 ‘옛 3순위’ 통장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청약 가수요 양산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11·3부동산대책’을 통해 ‘조정 대상 지역’에 한해 청약통장이 있어야 2순위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청약통장 없이도 가능한 내집마련신청서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내집마련신청서는 미계약분 판매를 목적으로 분양업체가 청약 전 미리 받고 이들에게 우선 추첨권을 주는 것으로 최근에는 거의 모든 사업지에서 도입하고 있는 방식이다. 청약통장 유무 등 특별한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을 내고 간단한 개인정보와 희망 평형 등을 적어내면 작성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사라진 3순위’ 통장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가수요를 양산한다는 점이다. 분양대행사들이 의도적으로 내집마련신청자가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 추첨 당일 ‘알바’까지 동원하면서 사업지의 인기를 부풀리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인기 단지라도 5% 내외의 미계약은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 물량에 수천 명의 내집마련신청자가 몰리면 향후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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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마련신청 시 내는 금액도 올라가고 있다. 통상 100만원 정도를 납부했는데 창원 중동 유니시티의 경우 5배인 500만원을 소비자들이 내야 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계약 방식이지만 최근에는 과열 양상을 띠면서 신청금액이 500만원까지 올라갔다”며 “분양 현장은 처음 분위기가 중요한데 이를 인위적으로 높이면 과도한 웃돈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분양업자들의 ‘이삭줍기’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자들이 청약통장을 대량으로 매입해 허위로 높은 점수를 기재한 후 청약신청을 할 경우 일반 청약자들의 당첨 확률은 낮아지고 허위 기재된 청약통장은 당첨되더라도 부적격 처리된다. 이때 불가피하게 많아진 속칭 ‘이삭’이라 불리는 초기 미계약분을 알바 등을 동원해 작성해둔 내집마련신청서를 통해 획득하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편법적으로 당첨받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내집마련신청서를 사용하는 사례가 올해 들어 많아졌다”며 “결과적으로 이런 물건들은 불법전매 등을 통해 거래되며 시장을 교란하는 등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원 중동 유니시티’ 3·4단지의 내집마련신청서 추첨행사 당일 모델하우스 앞에 3,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사진제공=태영건설‘창원 중동 유니시티’ 3·4단지의 내집마련신청서 추첨행사 당일 모델하우스 앞에 3,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사진제공=태영건설


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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