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처럼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펴면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이 많게는 24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까지 더하면 부산항은 연간 물동량의 7% 이상이 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조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미 대선 결과에 따른 해운·항만·수산 부문 영향과 대응’ 브리핑을 열고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 공약을 완전이행하면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이 164만TEU(-0.93%)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창호 KMI 원장은 “미국의 신보호주의 정책으로 전 세계의 물동량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하지만 아시아~북미 항로는 미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의 직접 영향권에 있어 물동량 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KMI는 아시아~북미 항로 물동량은 연간 3.2% 줄어든 74만TEU, 의회와 협의를 통해 공약이 완화되면 약 1%인 23만TEU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항로의 물동량이 위축되면 부산항의 환적·수출입 물량에도 타격은 불가피하다. KMI는 보호무역 강화로 미국 경제성장률(GDP)이 연평균 2.2%→0.9%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 무디스의 분석을 근거로 물동량 변화를 예측했다. 이 경우 국내 환적 물량의 97%를 처리하는 부산항의 환적이 최대 7만TEU(3.5%)가 감소한다. 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상계관세 등을 부과하면 부산항의 환적 컨테이너 처리량이 4만~17만TEU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KMI는 이와 함께 한진해운 퇴출로 인해 부산항의 환적 물량이 50만TEU가량 줄 것으로 분석했다. 한진해운 여파에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이 겹치면서 부산항 환적 물동량이 최대 74만TEU 증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부산항 전체 환적(1,010만TEU·2015년 기준)의 7.3%에 달하는 규모다.
양 원장은 “트럼프 대선 공약이 모두 이행된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며 “의회와 협의해 일부 수정될 경우 환적 물량은 2만TEU 감소에 그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해운규제 강화 움직임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우리 해운·수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KMI는 예상했다. 미국 항만은 글로벌 대형 선사들의 초대형 선박을 유치하기 위해 자체 자금을 이용해 수심을 더 깊게 하는 등 항만 대형화를 하고 있다. 양 원장은 “해운규제를 강화해 공사비용을 미 항만을 이용하는 글로벌 해운동맹에 부담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 재협상 시 관세철폐 시기가 15년인 냉동명태 등의 수입이 조기에 실시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미국이 자국 식품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형태로 주요 수출품인 김의 수입을 규제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양 원장은 “보호무역에 따른 물동량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국내 화물에 대한 국적 선박의 운송을 확대하고 초대형·고효율 선박을 이른 시간 내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항만물류도 환적화물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환적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