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트럼프發 달러 강세…점점 커지는 外人 ‘엑소더스’ 우려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로 신흥국 통화 약세

트럼프 당선 이후 4일간 외국인 1조 순매도

12월 미국 금리 인상 시 추가 이탈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 흐름이 강화되면서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강력히 주장해온 보호무역정책이 가시화되고 다음 달 미국 금리 인상까지 겹칠 경우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286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외국인이 4,3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규모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지난 9일부터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4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금액(-9,500억원)은 1조원에 육박한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4,668억원)와 한국전력(015760)(-1,077억원), SK하이닉스(000660)(-698억원)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집중적으로 순매도했다. 사실상 한국 증시 전체를 팔아치운 셈이다.

외국인 자금의 거센 이탈 움직임은 트럼프 당선 이후 뚜렷해진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과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70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 8일 이후 4거래일간 원·달러 환율은 37원 가까이 급등했다.


예상을 뒤엎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달러 강세·신흥국 통화 약세의 기폭제가 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에 따른 신흥국의 수출 감소 우려는 신흥국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달러화 강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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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의 환차손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다음 달 13일 열리는 미국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다가올수록 외국인 수급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만약 미국이 12월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저금리 정책을 비판해왔다”며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및 인프라 확대 공약이 미국의 물가와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상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수급의 밀접한 상관관계는 이미 최근 수년간 증명돼왔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수급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둘 사이에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원화 약세) 외국인의 순매도가 확대되고 반대로 환율이 내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외국인의 순매수가 늘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의 버냉키 쇼크와 일본 아베노믹스, 중국 경제 비관론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9.97%나 올랐던 1차 상승기(2013년 1월14일~2013년6월24일)에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6,300억원을 순매도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겹치면서 환율이 급등했던 2차 상승기(2015년 4월29일~2016년2월25일)에도 외국인은 14조4,980억원을 순매도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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