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민주노총 등 시민·노동단체들은 15일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을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고인 자격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검찰이 박 대통령을 제대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피의자 신분의 조사를 포함해 대질신문, 청와대 압수수색과 현장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박근혜 대통령 변호인 측이 16일로 예정한 조사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 속도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이 수사 시기·방식·장소 등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통보한 데 대해 박 대통령 측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데 따라 ‘비선실세’ 최순실(60)씨를 기소하기에 앞서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하려던 검찰의 수사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는 15일 검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 조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선임계를 제출해 변론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수사 과정에서 모든 의혹을 충분히 수사해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뒤 대통령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연기 요인으로 제시했다. 수사 방식에 대해서도 서면조사가 바람직하고 불가피하게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고 해도 횟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양측이 수사 시기는 물론 방식에서도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면서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한다는 검찰 수사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애초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씨의 구속기한이 완료되는 오는 20일 이전에 박 대통령을 조사할 방침이었다. 박 대통령이 최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한가운데 서 있는 만큼 대면조사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이 검찰이 통보한 조사 계획에 대해 사실상 ‘수용하지 못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그간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박 대통령이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라 강제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이 여론 압박에도 ‘사실관계가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면 검찰은 조사를 강제할 수 없다. 현재 검찰은 “16일이 아니라면 17일도 가능하다. 무조건 대면조사가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이날 퇴근길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현재 수사 진행 상황상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참고인인 탓에 강제 수사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20일 이전에 대면조사를 고수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모금,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각종 의혹에 연관이 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며 “이는 최씨에 대한 기소를 앞두고 뇌물죄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에 실패하면서 상황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의 대응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무리한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검찰이 수차례 수사를 한다는 내용을 밝힌 상황에서 뒤늦게 변호인을 선임한데다 연기 요청도 수사하기 하루 전에 했기 때문이다. 특히 특검이 예정된 상황에서 수사 시기에 대해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돼야 한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어 아예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고난도 작전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말 그대로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