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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재정정책으로 전환은 신흥국에 투자기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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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어느 글로벌 금융사의 전 최고경영자(CEO)가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음악이 멈추면 유동성 측면에서 모든 것이 복잡해질 것이다. 하지만 음악이 계속되는 한 일어나 춤춰야 한다.” 파티는 이미 끝난 상태였고 몇 주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2009년 이후에도 파티의 DJ, 즉 주요 중앙은행들은 음악을 틀어왔지만 이제는 음악이 바뀔 시점이 됐다.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한계에 다다르고 재정정책이 역할을 이어받으며 빠른 속도의 댄스곡은 느린 왈츠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글로벌 경제 사이클은 두 가지 측면에서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첫째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의 확장 국면에 있지만 글로벌 성장은 점진적으로 미약해지고 있다. 둘째 주요 국가들의 경제 사이클이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초기 회복 국면에 있는 반면 미국은 자체적으로 지속 가능한 회복 경로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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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양적완화 프로그램 시행에 필요한 채권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주요20개국(G20),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더욱 공격적인 재정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거의 제로금리 수준에서의 통화정책보다는 총수요를 부양하는 데 효과가 클 수 있다고 인식한 시장 참여자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재정 부양책에 대한 요구는 더욱 가속화됐다.

하지만 선진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 부양 조치를 시행할 정치적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며 재정정책은 보통 수준의 규모로 시행되고 경제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과는 달리 신흥 시장 정책 당국자들은 인플레이션 하락과 성장을 부양할 충분한 재정 여건 속에 여전히 높은 금리 인하 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신흥 시장은 성장이 느려 보일 수 있지만 바닥에서 벗어나고 있는 신호가 분명해 보인다.

재정정책으로의 전환은 선진국 국채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게 되면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편 채권 공급은 추가적인 재정 지출 자금 조달을 위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성이 축소될 경우 선진국 주식이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실적 회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양호한 실적 성장을 갖춘 선진국 주식의 매력도가 여전히 높다. 선진국의 성장이 귀해지는 상황이고 유동성 축소가 진행된다면 선진국 주식은 매도세가 나타나고 채권 대용의 방어적인 업종보다는 경기민감 업종을 선호하게 된다. 신흥국 시장의 경우 거시경제 성장 추세가 개선되는 가운데 채권과 주식이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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