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세간의 예상과 달리 부동산 디벨로퍼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그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군사력이 강한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디벨로퍼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게 됐다.
필자는 트럼프가 졸업한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5년간 박사학위를 받느라 유학생활을 했다. 와튼스쿨이 있는 필라델피아에서 1시간 거리에는 미국 제2의 도박 도시인 애틀랜틱시티가 있어 가끔 가본 적이 있는데 당시 트럼프는 이곳에서 엄청난 규모의 카지노호텔을 개발하고 있었다. 세계 최대의 환락·오락 도시로 일컬어지는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트럼프는 대형 카지노호텔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내 각 도시는 물론이고 서울을 비롯한 세계 각 도시에도 트럼프의 개발 구상과 콘셉트를 담아 트럼프 브랜드를 붙인 오피스·아파트·호텔 등 여러 형태의 부동산이 존재한다.
즉 트럼프는 디벨로퍼로 매우 성공한 기업가다.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의 업적만으로도 혁신적인 기업가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알리바바의 마윈이 온갖 위험을 감수하고 지금의 애플이나 알리바바를 일궈낸 최고의 기업가로 인정받듯이 트럼프 같은 디벨로퍼도 혁신적인 기업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디벨로퍼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갖고 있다. 최근 부산의 엘시티 사건에서도 보듯이 대형 개발사업에서 종종 사법 처리되는 디벨로퍼를 봐왔기 때문이다.
사실 알고 보면 디벨로퍼는 매우 창의적 능력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허허벌판의 사막에다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를 만든 것도 도심 재개발로 고층 빌딩의 프라임 오피스가 즐비한 거리를 만든 것도 다 디벨로퍼다. 그런데 부동산 개발에는 인허가라는 필수적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많은 위험이 나타나기 때문에 개발사업이 모두 예정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투자자를 유치해 개발을 한다면 그것은 사기행위에 해당하고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개발사업이 실패한다면 실패한 디벨로퍼가 되는 것이다. 또 인허가와 관련된 각종 위험을 줄이기 위해 디벨로퍼는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에 각종 로비를 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디벨로퍼를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매우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개발 프로젝트 하나가 때로는 죽어가는 도시를 살려내기도 한다. 광의로 보면 중세시대 도심에 대형 교회를 건축한 종교재단이나 왕정시대에 대형 궁정을 지은 절대 왕조 역시 디벨로퍼 행위를 한 것이며 이는 수백 년간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경제에 보탬을 주고 있다. 도쿄의 롯본기힐스나 싱가포르의 마리나시티 등 지금도 성공한 개발사업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우리 사회도 이러한 디벨로퍼의 긍정적 기능을 인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디벨로퍼가 사기나 편법 등의 불법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