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프랑스로 입양 갔던 딸이 25년 만에 엄마와 극적으로 재회했다. 엄마 박서연(65) 씨는 자식을 보낸 죄책감에 시달리며 모진 세월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딸 신수영(36) 씨, 프랑스인 사위 매튜(37)와 함께 제주에서 살게 된지도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손자 니노(3)도 태어났다. 25년 동안 엄마 노릇을 하지 못했던 만큼 서연 씨는 딸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이 많다. 그렇지만 딸 부부는 독립적인 생활환경에 적응해 살아온 터라 엄마의 관심을 간섭이라 생각한다.
박서연 씨 부부는 귀촌 후 소를 키우며 풍요롭게 살던 중 축산업이 망해 빚더미에 올라 결국 이혼을 결정했다. 친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시댁에 남매를 맡겼지만 몇 개월 후 시댁에서는 입양을 선택했다.
1978년 서연 씨는 속수무책으로 아들 신규수(39) 씨와 수영 씨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백화점 판매원, 방문판매 등 혼자 어렵게 생활하다 98년 제주도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정착하게 됐다.
그런데 지난 2010년 엄마를 만나기 위해 먼 이국땅 프랑스에서 이곳 제주까지 남매가 찾아왔다. 아들은 다시 프랑스로 돌아갔지만 딸 수영 씨는 제주도에 남아 엄마와 머물기로 했다.
1987년 2월 프랑스 서남부의 오리 농가로 입양을 간 수영 씨는 10대 때부터 일찍이 스스로 생활을 해결하며 독립적으로 살아왔다. 2008년 그녀는 태국 여행 중 남편 매튜를 만났다. 세속적인 성공보다는 자유로운 삶에 행복의 가치를 두는 공통된 인생관이 두 사람을 소중한 인연으로 묶어 주었다.
제주도에 정착한 후에는 직접 제작한 액세서리를 시장에서 팔고 무언극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딸 수영 씨는 아들 니노의 육아용품과 집안 살림을 모두 중고로 사고 지인에게 얻어서 쓰거나 심지어 주워 올 때도 있다. 엄마는 자식 걱정에 뭐든 도와주고 싶지만, 딸은 엄마의 관심이 불편하기만 하다.
한편 25년 만에 만난 딸과 프랑스인 사위를 챙기려는 엄마와, 이를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딸 부부의 애정 분투기를 담을 MBC ‘리얼스토리 눈’은 17일(목) 저녁 9시 3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