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위안화 약세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지만 최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변동이 너무나 가팔라 중국 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수출 실적을 위해 위안화 하락 흐름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지만 급격한 위안화 약세에 따른 외환유출 도미노 현상은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고 관측했다.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18일 달러 대비 위안화 값을 전날보다 0.15% 내린 6.8796위안으로 고시했다. 11일 연속 절하다. 위안화 가치가 11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것은 2005년 6월24일 위안화 기준환율 집계가 시작된 후 처음이다. 역외시장에서는 위안화 환율이 이미 달러당 7위안을 바짝 위협하는 분위기다. 이날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오전 한때 6.9125위안까지 올랐고 지난 16일 뉴욕에서는 달러당 위안화 가치가 한때 1%나 떨어지며 6.9223위안을 기록했다.
위안화 추락이 심상치 않자 그동안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중국 금융당국이 은밀히 외환시장에 개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국영은행들은 15일 외환시장에서 상당 규모의 달러 매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중국 인민은행이 당시 시장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국영은행들이 사실상 인민은행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전했다. 투기세력 등 시장에 의한 위안화 급락을 막기 위해 중국 금융당국이 통제권에 있는 국영은행을 통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뜻이다.
중국 당국은 수출과 경제회복을 위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고 싶어하지만 중국 내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급격한 자금유출과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 때문에 드러내놓고 환율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인민은행 고문을 지냈던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 경제포럼에 참석해 “중국 당국은 외환시장 관리능력을 가졌다”면서 “위안화가 최근 추세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달러 대비 위안환 환율을 내년 말까지 3~5% 추가 하락하는 수준에서 관리할 것이라며 위안화는 내년 말 달러당 최대 7.14위안까지 용인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 당국의 속도 조절 움직임에도 위안화 값이 조만간 달러당 7위안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데 시장은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중국 투자은행(IB)인 국제금융공사(CICC)는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관계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무역환경 악화에 대비해 위안화 약세를 선제적으로 용인할 필요가 크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