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트럼플레이션'에 허찔린 채권시장...1주일새 5조7,000억 평가손

트럼프 당선 이후 금리 급등

국고채 10년물 46.1bp 올라

국내 채권펀드서도 1조 유출

연말 결산앞둬 시장 더 위축

손절매해도 받아줄 곳 없어

"기준금리·성장률 등 감안땐

단기물은 오버슈팅" 지적도



‘트럼플레이션’ 전망에 채권금리가 폭등(채권가격 폭락)하면서 저금리 상황에서 채권운용으로 짭짤한 수익을 챙겼던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늘어나는 평가손실에 곤혹스럽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 9일 이후 인플레이션 기대감에 글로벌 금리가 상승세를 타며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주 말까지 1주일새 46.1bp(1bp=0.01%포인트)나 올랐다. 국내 채권발행 잔액은 약 1,771조원. 이 가운데 기획재정부 국고채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고채 10년물 발행잔액은 177조296억원이다. 채권업계에서는 국고채 10년물을 100억원 들고 있을 때 금리가 10bp 오르면 적어도 7,000만원 이상 평가손실을 입는다고 보고 있다. 단순계산으로 보면 트럼프 당선 이후 국고채 10년물에서만 5조7,127억원가량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연중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3년물 금리의 전월 말 대비 상승 폭은 29.8bp에 달한다. 10년물도 같은 기간 44.4bp 올랐다. 금리 폭등에 채권운용 기관투자가들은 비상이다. 증권사들은 저금리 기조 속 채권운용으로 이익을 봤지만 금리 급등과 함께 사정이 달라졌다.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은 총 약 15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대형 투자은행(IB)들의 경우 각각 14조원 전후로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들은 빠져나가는 자금에 난감하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17일 기준 채권형형펀드에서는 전달 대비 1조7,511억원이 빠져나갔다. 특히 트럼프 쇼크 이후 9~16일 동안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채권형펀드에서 1조원이 유출되기도 했다. 채권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를 드나들 뿐 제대로 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채권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시장 분위기가 진정되기를 기다릴 뿐이다.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본부장은 “장중에도 금리 변동폭이 커 단기채권펀드가 아니면 매매를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손절매(손실을 떠안고 매도)를 쳐도 받아줄 곳이 없다고 하소연이다. 또 다른 채권운용본부장은 “장기물의 경우 손절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자칫 손절매가 채권가격을 더 떨어뜨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연말효과는 채권시장을 더욱 위축시킨다. 일반적으로 채권시장은 결산을 앞두고 거래가 차츰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손실을 피하기 위해 손절 매물을 내놓지만 시장이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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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앞으로도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정책이 확실한 윤곽을 드러내고 미국 기준금리 관련 이벤트가 마무리되기 전에는 심한 변동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채권금리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국내 채권시장도 심하게 요동칠 것이라는 말이다. 한국은행의 1조5,000억원 국채 매입 결정이 시장의 공포감은 어느 정도 개선시키겠지만 극적으로 시장을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내 경기전망이 좋지 않아 채권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는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최근 시장이 대형 증권사들의 채권 운용실력을 판가름낼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시장은 제로섬 게임의 성격이 강해서 누군가 손해를 본다면 헤지(위험 회피)를 통해 이익을 보는 곳도 있을 것”이라며 “채권금리가 급변할 때 위험을 잘 관리하는 게 진짜 실력”이라고 말했다.

/유주희·박준호·박호현기자 violator@sedaily.com

박준호·유주희·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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