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 주자 등 8인이 20일 한자리에 모여 대통령 탄핵 추진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야 3당 지도부에 건넸다. 지난 19일 2주 연속 전국 각지에서 100만개의 촛불이 타오른 데 이어 검찰이 이날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하면서 탄핵에 돌입할 법적 명분과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야권 주자들은 탄핵절차와 함께 시민사회와의 공조로 촛불집회를 통한 대통령 하야운동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촛불민심을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의 수사와 탄핵을 심사하는 검찰과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8명은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비상시국 타개에 따른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우리는 박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명백하고 중대해 탄핵사유가 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국민적 퇴진운동과 병행해 탄핵추진을 논의할 것을 야 3당과 국회에 요청한다”고 명시했다.
이날 회동의 의미는 국민들과 거리로 나가 하야를 요구하면서도 대통령의 퇴진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던 야권 인사들이 탄핵을 하야운동과 함께 대통령 퇴진 로드맵의 큰 축으로 그렸다는 데 있다. 소신 발언을 해왔던 이재명 성남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제외하면 탄핵을 시도할 경우 탄핵 역풍이 불 수 있고 대통령의 자진 하야를 촉구하며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선 국민들의 열망이 왜곡될 수 있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이날도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촛불민심을 외면하고 버틴다면 국회가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절차는 탄핵밖에 없다”면서도 “(탄핵을 즉각 돌입한다면) 즉각 하야하라는 촛불민심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의 시기는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전 대표 등은 계속해서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등 탄핵정국을 따라가면서도 촛불민심과 함께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가 예상되는 오는 26일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대통령의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 탄핵에 돌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탄핵절차와 함께 거국내각총리를 추천해야 한다는 대선 주자의 요청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윤관석 민주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급작스럽게 총리 선출 논의가 진행될 경우 대통령 퇴진·탄핵 정국의 블랙홀이 되지 않겠느냐”며 “추후 지도부 회의에서 논의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절차 돌입에 앞서 총리 추천이 먼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리의 선임이 더 우선했으면 좋겠다”며 “퇴진할 대통령에게 총리를 임명받을 수 있겠느냐고 하는데 이는 헌법파괴적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총리 선출 여부와 함께 과도내각의 임기, 조기 대선 여부 등 박근혜 대통령 퇴진 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한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잠룡뿐 아니라 야 3당 지도부 간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탄핵절차가 늦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