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한국 철강, 트럼프시대 희망 있다

정석화 미국 유타대 건축학과 교수·구조기술사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매우 영리한 기업인이고 직업 정치인이 아닌 점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그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트럼프는 자신이 얼마나 무식한지도 모르는 엉터리”라고 뉴욕타임스에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당선인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과 건설업으로 성공한 세계적 기업가다. 고(故) 아산 정주영 현대 창업자와 매우 흡사한 기업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돈 되는 사업에 과감히 나서는 기질을 타고났다. 정치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식으로 행동해 성공한 사람이다.

이미 알려진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 관세 인상, 빼앗긴 일자리 되돌리기, 이민 문제 등의 공약 가운데 우리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설업과 제조업을 살펴볼 일이다.


그는 임기 중 1조달러(약 1,150조원)를 도로, 교통, 항만, 발전, 통신 인프라 등에 투자해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그중 가장 큰 예산이 필요한 분야가 교량이다. 지금 대부분의 미국 교량은 카네기 철강 시절 건조된 것으로 수명이 100년을 넘었고 경제수명은 그보다 훨씬 전에 끝났다. 당시의 철강기술로 제조된 탓에 강도가 낮고 녹슬어 매년 유지 관리 비용만 엄청나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는 한 번 유지 보수하는 데 7~8개월 걸리고 일 년 내내 계속해야 하니 엄청난 경비가 든다. 또 교량구조를 지탱하는 꼬아놓은 고강도 강선(stranded wire)의 강도도 매년 정기점검 해야 하고 접합부 강도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결국 고물 차를 수리하느니 새 차를 사는 것이 돈이 덜 드는 것을 트럼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방치해뒀다 대형 사고라도 나면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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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구간 교량을 2,000개로 잡고 평균 교량당 10만톤으로 가정해도 자재비만 약 5,000억달러가 넘는다. 운송·설계·시공비 등을 합치면 쉽게 1조달러가 소요된다. 그 외에도 선거공약에서 밝혔듯이 비행장·병원 시설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이미 선거공약으로 민감한 감세를 주장했으니 돈이 없다. 결국 미국 국내산보다 싼 외국산 자재를 수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관세도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 수입자재 가격이 따라 오르니 딜레마다. 정부 발주 공사에 들어갈 자재만은 관세를 완전 철폐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여기에 한국 철강업의 기회가 있다.

이와 같은 특수강 제작 기술은 한국과 일본이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본은 없고 한국만이 가진 것이 있다. 지난 1970년대 세계 최대의 인프라 공사였던 주바일 항만 공사를 우리 손으로 해본 경험이다. 즉 ‘정주영 회장과 이명박 사장’이 일본에는 없다. 정 회장을 떠올려 보면 자재만 납품하는 것에 그칠 수 없다. 정 회장의 지시로 울산 공장에서 설계 제작해 대형 구조물을 바지선으로 끌고 가 우리 손으로 직접 시공한 것처럼 해야 원래 목표의 반절 정도를 이룬 것이 된다. 물론 트럼프 정부에 이익은 되겠지만 미국 철강노조·건설노조 등의 반발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는 남는다.

정석화 미국 유타대 건축학과 교수·구조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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