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 테크 ¦ 활개치는 악플러들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던 인터넷 공간이 이젠 악취 나는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URL로 대변됐던 월드 와이드 웹 World Wide Web은 한때 환상적인 가능성을 가진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 낯선 이와 친구를 맺고 실제 만남을 갖기도 했다. 그들은 라이브저널 LiveJournal, 지오시티 GeoCities, 그리고 마이스페이스 Myspace 같은 다양한 인터넷 공간에서 생각과 열정을 공유하곤 했다. 인터넷 덕분에 주류 언론에 의해서만 통제되거나 유통됐던 정보들이 해방되는, 이른바 ‘정보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

오늘날 인터넷은 과거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제 블로그 활동은 너무나 익숙한 개념이 됐고,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수의 거대 IT기업들이 인터넷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10대들은 모두 ‘자기만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초창기 인터넷은 마치 여름 캠프를 떠났을 때 느낄 법한 순수함, 동료의식 같은 매력이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인터넷은 그러한 매력을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으려는 욕망이나 격분 같은 감정들만 넘치는 공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유명 인사들의 트위터 글을 정독하다 보면, 온갖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공격과 위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보다 심각한 사실은 이런 공격과 위협들이 이제 스마트폰 알림 메시지의 형태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 제시카 발렌티 Jessica Valenti는 최근 소셜미디어 사용을 중단했다. 인스타그램 Instagram에서 누군가 그녀의 5살짜리 딸을 강간하고 살해하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제시카는 지난 7월 ‘공포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아도 되게 됐다’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트위터 같은 웹서비스들은 그들이 만든 활기차고 역동적인 온라인 커뮤니티가 스스로를 정화하고 악플러들에게 수치스러움을 줘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오랫동안 희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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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터넷의 비대면적 특성에 따른 소통의 비인간화와 군중심리 때문에 온라인 상에 혐오와 악의가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를 연결한다’는 부푼 꿈을 꾸는 과정에서 우리는 사람 간의 예의 준수라는 점을 잃어버렸다. 온라인에선 여성을 성희롱하는 것이 점점 ‘규범’ 처럼 되어 가고 있다. 사이버 보안업체 노튼 Norton이 최근 30세 미만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6%가 온라인상에서 욕설이나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설이 인터넷에 올라온다는 건 기업들에게도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사용자나 광고주들이 기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인터넷 서비스들이 인기를 얻고 있을까? 페이스북의 경우, 성희롱적 언어를 겨냥한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자회사 인스타그램은 최근 테일러 스위프트 Taylor Swift를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본인 사진에 달린 댓글 중 특정 단어나 문구를 거를 수 있도록 기능 사용을 허용했다.

계정을 만들 때 실제 이름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트위터는 한 때 ‘표현의 자유 수호자들을 위한 자유로운 표현의 날개’라고 스스로를 지칭했지만, 이제는 그 노선을 바꾸고 있다. 최고경영자 잭 도시 Jack Dorsey가 내린 결정이 큰 전환점이 됐다. 그는 표현의 자유가 악용되지 못하게 막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같은 편이었던 ‘표현의 자유 수호자들’이 트위터의 변화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회사가 팔로워들을 부추겨 여배우 레슬리 존스 Leslie Jones를 공격하게 했던 한 트위터 사용자에게 영구 사용금지 조치를 내렸을 때,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했다(존스는 결국 트위터 사용을 공개적으로 중단했다). 하지만 이들의 판단은 잘못됐다. 개방적이고 예의가 존재하는, 그리고 자기 정화가 가능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싶어하는 인터넷의 미래는 이미 죽었다. 오늘날 온라인을 통제하는 플랫폼 업체들이 이 사실을 더 빨리 깨달을수록, 우리는 보다 안전하고 분별 있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ERIN GRIFF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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