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의외로 똑똑하지 않습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몰려다니고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립니다.”
김승종 쿼터백테크놀로지스 대표는 가장 이성적인 자산관리의 답이 로보어드바이저에 있다고 믿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의 금융상품을 해지하고 신규로 다른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 중 대다수가 기존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더 좋았던 조사 사례를 소개하며 “비이성적인 투자 결정을 최소화하는 것이 로보어드바이저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쿼터백테크놀로지스와 함께 국내 첫 상륙한 로보어드바이저는 올 들어 국내 자산관리의 전통강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양신형 쿼터백자산운용 대표와 함께 국내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자문 서비스를 선보였다. 키움증권에서 퀀트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던 당시 주식운용역이던 양 대표를 만나 금융공학과 자산배분이 결합된 로보어드바이저에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됐다. 2013년 쿼터백 테크놀로지스를 설립해 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법적으로 정보기술(IT) 회사가 자산운용을 하지 못해 2015년 양 대표가 쿼터백투자자문을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 7월 전문 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마치고 쿼터백자산운용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하나둘씩 시장에 진출하는 가운데 김 대표는 쿼터백의 강점으로 ‘균형 잡힌 인력’을 꼽았다. 개발자들만 모여 있다 보면 금융공학과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반면 쿼터백은 운용역과 퀀트 애널리스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로보어드바이저에 적합한 인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그는 “핀테크는 단순한 IT 개발이 아니라 수십년의 자본시장 역사를 이해해야 하는 분야”라며 “금융 시장에서 이론과 실무 경험을 쌓고 실패도 맛본 인력들이 쿼터백에 몸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쿼터백자산운용은 현재 수백억원 규모의 기관 자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수익률과 안정성이 검증되면 본격적인 운용 규모 확대가 기대된다.
쿼터백은 설립 초기 국내 최대 핀테크 그룹인 옐로금융그룹의 투자를 받으며 자회사로 들어갔다. 초기자본금에 대한 투자도 있지만 핀테크 벤처기업 40여개가 모인 옐로금융그룹 안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이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P2P 등 로보어드바이저와 연결할 수 있는 계열사들이 옐로금융그룹에 소속돼 있다”며 “공동 리서치는 물론 은행 등에서 협력 의사를 타진해오면 관련 계열사들이 모여서 함께 준비해 시너지를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초기 단계이다 보니 오해도 많다고 김 대표는 지적한다. 가장 흔한 오해가 “로보어드바이저가 알파고 같은 것 아니냐”는 인식이다. 김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는 기관투자가·자산가들을 위한 기존의 금융공학을 대중화한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분산투자와 리스크 완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 결정을 내려주는 일종의 시스템이라는 말이다. 김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알파고처럼 사람이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짚어주지는 않는다”며 “대신 투자자들이 두려움과 공포로 실수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의 기본은 주식·채권·환·대체투자 상품을 고루 담는 ‘멀티에셋 자산배분’이다. 중장기적으로 연 4~8%의 수익률을 추구한다. 그래서 사명 역시 미식축구에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공을 다른 선수들에게 ‘배분’해주는 역할을 맡는 쿼터백에서 비롯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처럼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질 때는 어떨까. 김 대표는 “전 세계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락하더라도 로보어드바이저가 제대로 분산 투자를 했다면 손실을 일부 회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쿼터백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선보인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는 실제로 브렉시트 당일 코스피지수 하락률(-3.09%)보다 나은 성과(-1.76%)를 기록했다.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로보어드바이저 본연의 취지를 해치지 않게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도록 자문계약을 맺은 후 출시됐다. 투자 대상은 전 세계 상장지수펀드(ETF)다.
김 대표의 당면 과제는 글로벌 진출과 서비스 확대다. 지난달 일본 법인 ‘쿼터백재팬’을 세운 데 이어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저성장·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금융 서비스인 만큼 선진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양 대표와 함께 수립한 글로벌 ETF 투자전략은 해외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일본 현지 증권사와도 서비스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SK증권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선보인 것을 인연으로 여타 SK 계열사와의 서비스 제휴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SK플래닛의 ‘11번가’ ‘시럽’ 같은 서비스와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밖에 핀테크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한화 등과도 꾸준히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에 금융투자 모델을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He is…
△1971년 서울 △중경고·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97년 와이즈에프엔 공동설립 △2007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계량분석팀장 △2015년 쿼터백테크놀로지스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