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슈퍼루키’ 전인지 마지막 대회, 마지막 홀서 끝내기 퍼트로 38년 만 대기록

LPGA CME 투어챔피언십 최종…0.001타 뒤진 18번홀서 2.5m ‘굿바이 버디’

신인상·최소타수상 동시 수상은 1978년 로페즈 이후 처음…쭈타누깐 올해의 선수·상금왕·100만달러 보너스 휩쓸어

전인지가 21일 2016 LPGA 투어 최소타수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LPGA전인지가 21일 2016 LPGA 투어 최소타수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LPGA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 100만달러 보너스까지 휩쓴 에리야 쭈타누깐. /사진제공=LPGA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 100만달러 보너스까지 휩쓴 에리야 쭈타누깐. /사진제공=LPGA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올 시즌 이룬 업적과 같은 기록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사에서 찾아보려면 38년 전의 일까지 뒤져봐야 한다. 한 시즌에 신인상과 최소타수상(베어트로피)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처음이다.


21일(한국시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이 끝난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6,540야드). 미국 골프채널은 시즌 최종전이 마무리된 이곳에서 “여러 편의 드라마가 나왔다”고 했는데 그중에서도 전인지가 주연한 드라마가 가장 극적이었다.

지난달 신인왕을 확정한 전인지는 이 대회 전까지 69.632타로 리디아 고(69.611타·뉴질랜드)에 뒤진 최소타수 2위였다. 이번 대회에서 둘 다 기록이 좋지 않을 경우 전인지는 리디아 고에 4타는 앞서야 뒤집을 수 있는 격차였다. 그러나 3라운드까지 둘은 11언더파로 좋은 기록을 내면서 전인지가 13언더파로 마칠 경우 1타만 앞서도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나란히 공동 4위에 올라 같은 조로 최종 라운드 승부를 벌이게 되면서 전인지와 리디아 고의 대결은 우승 경쟁만큼이나 흥미롭게 전개됐다. 전반에 3타를 잃으며 크게 흔들리던 리디아 고가 후반 들어 세 홀 연속 버디를 포함해 4타를 줄이면서 승부는 그대로 끝나는 듯했다. 전인지는 리디아 고가 12언더파를 기록 중이던 16번홀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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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버디가 어렵지 않은 17번홀(파5)에서 사건이 터졌다. 리디아 고가 갑작스러운 티샷 실수에 따른 4온 2퍼트 보기를 범하는 사이 전인지는 무난하게 버디를 잡았다. 이때까지도 리디아 고가 평균타수에서 0.001타 앞서는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홀(파4)에서도 스코어가 나뉘었다. 리디아 고가 그린 가장자리에서의 4.5m 버디 퍼트를 놓쳐 파로 마감한 뒤 전인지가 2.5m 남짓한 버디를 침착하게 넣으면서 마지막 홀, 마지막 퍼트에서 베어트로피의 주인이 바뀌었다. 최종 기록은 전인지가 69.583타(72라운드 5,010타), 리디아 고는 69.596타(94라운드 6,542타)로 0.013타 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전인지는 부상 탓에 리디아 고보다 5개 적은 19개 대회에만 출전했다. 그는 “마지막 퍼트가 베어트로피를 결정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전반에 더블 보기와 보기 1개씩에 버디 하나로 2타를 잃었던 전인지는 13번홀(파4) 버디로 일어선 뒤 마지막 세 홀 연속 버디로 반전 드라마를 썼다. 이 대회 최종 순위는 13언더파 7위. 리디아 고는 이븐파에 그쳐 11언더파 공동 10위로 마감했다. 전인지와 리디아 고는 상대의 멋진 플레이에 손뼉을 마주치며 최종 라운드 맞대결을 즐겼다. 전인지의 마지막 홀 버디에 리디아 고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해 올해의 선수, 상금왕에 100만달러 보너스까지 차지했던 리디아 고는 올해는 빈손으로 시즌을 마쳤다.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큰 격차를 유지한 채 세계랭킹 1위를 지켜낸 데 만족해야 했다.

14언더파 공동 4위로 마친 세계 2위 쭈타누깐은 올해의 선수, 상금왕(약 255만달러)에다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레이스 투 CME글로브’에서도 1위에 올라 보너스 100만달러마저 휩쓸었다.

최종전 우승(상금 50만달러)은 19언더파의 찰리 헐(잉글랜드)에게 돌아갔다. 데뷔 첫 승이다.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은 16번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 17번홀(파5) 보기에 발목 잡혀 2년3개월 만의 우승을 날렸다. 200야드 남짓한 거리에서 그린을 노리고 5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벙커 턱 바로 밑에 떨어진 것. 옆으로 빼내 4타 만에 그린에 올린 유소연은 2퍼트 보기를 적었다. 17언더파 단독 2위에 멈춰선 그는 두 계단을 끌어올려 세계 10위로 시즌을 마친 데서 위안을 찾아야 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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