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실체 드러난 금한령

中관리 SNS서 "남성 지나치게 부드럽게 표현...中산업보호 필요"

드라마·예능 줄줄이 차단...한류비즈니스 벼랑끝 위기

중국 광전총국의 편집 담당인 옌웨이의 금한령 관련 발언 웨이보 캡처중국 광전총국의 편집 담당인 옌웨이의 금한령 관련 발언 웨이보 캡처


중국의 금한령(禁韓令·한류 금지령)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금한령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으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류 억제의 당위성을 주장한 담당 공무원의 글이 확산되는 등 예사롭지 않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23일 웨이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미디어를 총괄하는 정부 기관인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편집 담당인 옌웨이는 지난 8월 자신의 공식 웨이보 계정에 올린 글에서 “한국 연예인의 중국 진출을 제한하는 목적은 중국 민족문화 산업을 보호하고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류를 중국 문화로 대체해 중화문화권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남성이 지나치게 부드럽게 표현되는 비정상적인 현상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직접 거론했다. 광전총국이 최근 금한령 관련 중국 매체들의 한류 프로그램 방송 중단과 한류 공연 중단 조치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이 같은 언급은 중국 당국의 금한령 관련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단서로 해석된다.


옌웨이가 개인 견해라는 점을 밝히기는 했지만 광전총국 직원으로 공식 승인받은 자신의 웨이보에 이런 입장을 올렸다는 점에서 최근의 금한령은 사실상 광전총국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더구나 이 글은 최근 한류 규제 강화 움직임과 맞물려 중국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광전총국은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서는 금한령에 관한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옌웨이의 글이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각 방송국에 한국 연예인의 출연 금지 조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온 만큼 그의 이 같은 언급은 중국 당국의 의지가 대폭 반영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옌웨이의 웨이보가 공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광전총국의 승인 없이는 발표되기 힘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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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의 기류변화에 국내 엔터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월부터는 중국 공연을 승인받은 한국 연예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중국 문화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되면서 중국 정부의 ‘금한령’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의 금한령이 11월 들어 최고조에 이르는 등 중국 한류 비즈니스가 사실상 벼랑 끝에 내몰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7월 이후 드라마 ‘상애천사천년 2:달빛 아래의 교환(相愛穿梭千年)’을 촬영하던 유인나를 도중 하차시키고 개그맨 강호동과 슈퍼주니어 이특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한중 합작 예능 프로그램 ‘스타강림’의 제작을 돌연 중단시키는 등 보복조치를 취해왔다. 최근에는 이영애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화제가 된 ‘사임당, 빛의 일기(SBS)’가 중국 정부의 심사지연으로 방송 시기가 내년 초로 연기됐으며 한중 공동 투자로 제작된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도 끝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지난주부터 한국에서만 방송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한류 스타 송중기가 중국산 스마트폰 모델에서 교체됐고 김수현·송혜교 등을 쓰려던 화장품 업체들도 교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한류 스타들의 광고 또한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연승기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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