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거미줄 판매망+가성비'의 힘...中스마트폰, 오포·비보 천하

中전역 24만개·12만개 매장

세계 맥도날드 매장수의 9배

지방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

최첨단 성능에 가격도 저렴

화웨이·삼성·애플 제치고

3분기 점유율 나란히 1·2위



‘오포’와 ‘비보’, 지난해까지는 이름조차 낯설었던 두 중국 스마트폰 회사가 무섭게 대륙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프리미엄 마케팅만 고집한 애플과 갤럭시노트7 사태로 휘청인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고전하는 사이 현지에 특화된 유통전략과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포와 비보가 애플과 삼성을 밀어냈다고 23일 보도했다. 실제로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3·4분기 오포와 비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각각 18%와 16%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이전까지 1위를 지켰던 화웨이는 3위(15%)로 내려앉았으며 삼성과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7%, 5%에 머물렀다. 오포와 비보는 부부가오(BBK)그룹의 자회사로 사실상 한식구나 다름없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34%로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최강자가 탄생한 셈이다.

오포와 비보의 급성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지난해는 애플과 삼성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좋은 실적을 올린 해다. 애플은 2015회계연도에 590억달러 매출을 냈다. 2013회계연도의 두 배에 달하는 액수다. 삼성의 중국 시장 점유율(6월 기준)도 2014년 14.1%, 2015년 9.5%로 5위권을 유지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삼성의 올해 시장 점유율이 6.8%로 추락한 사이 2014년 두 회사를 합쳐 5% 내외였던 오포와 비보가 그 자리를 꿰찬 셈이다.


오포와 비보가 이처럼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보다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오포와 비보가 각각 올해 출시한 최신형 스마트폰 ‘R9플러스’와 ‘X플레이6’의 가격은 2,999위안(약 51만원), 4,498위안으로 애플 아이폰7s(5,388위안)보다 크게 저렴하다. 특히 X플레이6에는 삼성의 전략 스마트폰에서나 적용됐던 초고화질(QHD) 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성능 면에서도 애플과 삼성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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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순히 가성비만으로 두 회사의 약진을 설명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슷한 품질인 샤오미가 내리막을 타고 있음에도 오포와 비보가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지방 중심 유통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포와 비보는 중국 전역에 각각 24만개, 12만개의 지역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 4만개와 비교하면 9배에 달하는 숫자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만도 40개 매장을 둔 애플, 인터넷 유통채널을 고집한 샤오미와 달리 지방 소도시 소비자들에게까지 직접 다가가겠다는 포석이다.

지역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해 판매보조금을 지원하는 전략도 유효했다. 오포와 비보는 제품 하나를 팔 때마다 40~200위안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유통상이 자사 제품을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게 독려하고 있다. 진디 IDC 연구원은 “오포와 비보는 판매이익을 나누는 데 적극적”이라며 “충성도 높은 판매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한식구인 두 회사가 인구 수만큼이나 타깃 소비층을 차별화한 것도 고속 성장세의 비결로 꼽힌다. 비보의 경우 성능과 단순한 디자인으로 20~40대 남성층을 공략하는 반면 오포는 고화질 카메라와 다양한 보정기능으로 20~30대 젊은 여성층을 주수요층으로 삼고 있다. 첨단기술의 최고사양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애플·삼성과 차별화되는 전략이다. 알렌 우 오포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정확한 방향으로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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