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케이블TV 권역 폐지 - 찬성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권역 독점'에 안주하면 경쟁서 낙오

종합유선방송(SO)의 지역 사업권이 인정되는 방송구역을 없애는 정부방안을 두고 방송통신사업자 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유료방송 발전방안으로 현재 전국 78개의 SO 사업권역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케이블TV는 SO 사업권역 폐지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케이블TV 사업권역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20년 전 만든 권역제도가 케이블TV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유료다채널방송 중 유일하게 케이블TV에만 적용되고 있는 권역 개념이 디지털융합시대에도 걸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케이블TV가 지역 밀착형 정보제공자로서 역할이 분명히 있는 만큼 규모의 경제 논리만을 내세운 방송권역 폐지는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지난 1994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가 미국 최대 컴퓨터전시회 컴덱스(COMDEX)기조연설에서 “정보사회로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말한 적 있다. 그렇지만 20년이나 지난 지금 우리 방송 규제들을 보면 이를 먼 오래전 이야기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전히 견고한 지상파방송 주도의 방송구조와 아날로그에나 맞는 인허가 중심의 법체계 등은 어쩌면 디지털 융합 환경에 대한 기존 매체들의 두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중 하나가 케이블TV 권역규제다. 1995년 케이블TV 출범 당시 70개 권역으로 나눠 독점사업권을 부여한 것은 신생 미디어의 초기 정착과 지역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적 때문이었다. 실제 지역독점제도는 케이블TV가 유료방송시장을 주도하는 매체로 급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상반된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소지역단위 정보채널로서 나름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케이블TV 권역규제는 디지털 융합시대에 걸맞지 않는 규제로서 매체 경쟁력을 급속히 약화시키고 있다. 인터넷TV(IPTV)를 비롯한 경쟁 다채널방송의 급성장, 고정형 거실TV에서 모바일로의 매체이용행태 변화와 심지어 아예 TV를 보지 않는 ‘제로 TV’ 인구가 늘어나면서 케이블TV의 입지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머지않아 가입자 수에서 IPTV와 역전될 것이고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처럼 일부 케이블방송사업자(MSO)들은 ‘명예로운(?) 퇴장’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도 자자하다. 이에 대해 정부 정책, 모바일 결합상품 등에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케이블TV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기사



특히 전통적으로 지역이라는 패러다임에 바탕을 둔 규제체계는 권역과 무관한 인터넷 기반의 신규 디지털 매체들과의 경쟁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정부가 통합방송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고 매체 간 규제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법률 개정도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그렇지만 권역 기반의 지역매체로서의 케이블TV 개념은 이러한 제도개선에 난점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유 중에 하나도 권역별 독점화에 대한 우려였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케이블TV 지역성이 가진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2515A37 어떻게 찬성2515A37 어떻게 찬성


역설적으로 그동안 케이블TV 고속성장을 뒷받침해왔던 권역 독점이 이제는 되레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성을 담보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위성방송이나 IPTV의 시장진입을 억제하는 위력을 발휘해왔던 권역제도가 최근 들어 케이블TV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규모의 경제효과’를 극대화하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디지털 융합 시대에 방송 권역제도는 분명 비현실적이고 낡은 제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케이블TV 권역제도를 유지해온 중요한 명분, 즉 지역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공과에 대한 평가를 떠나 소단위 케이블TV의 권역별 정보, 아니 뉴스 채널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전국 단위의 뉴스채널이나 광역화된 지상파방송사들이 대신할 수 없는 역할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전국 모든 지역이 2~3시간 생활권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역성은 물리적 영토를 분할하는 개념이 아닌 지역 정보나 지역 특성을 전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별도의 방송시스템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질적으로도 유리할 것이다. 특히 인터넷 기반의 매체들이 가진 다채널 능력과 광역성은 지역별로 특화된 채널들을 제공하는 데 훨씬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유료다채널방송시장에서 지역성 개념은 특정 매체의 존재 근거로서가 아니라 모든 다채널매체들이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공적 책무로 성격이 전환돼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유료다채널방송 중 유일하게 케이블TV에만 적용되고 있는 권역 개념은 시급히 철폐되는 것이 맞다. 그래야 케이블TV의 경쟁력도 강화되고 유료방송시장에서 공정경쟁체제도 구축돼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균형발전’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솔직히 케이블TV 경쟁력이 약화된 주된 원인이 권역 독점에 안주해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케이블TV 권역철폐는 전체 우리 방송시장을 업그레이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