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블루 매직' 비아그라, 고산병도 고친다?

[靑, 비아그라 구입 논란으로 본 개발실패 치료제의 대박 사연들]



청와대가 지난해 말 발기부전 치료제로 잘 알려진 ‘비아그라’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용처 등을 둘러싸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아프리카 순방 당시 쓰려고 준비한 고산병 치료제’라고 해명했다. 실제 독일 가이센대가 지난 2004년 ‘비아그라가 폐혈관의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고산병 치료 및 예방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혈관 확장 도와주는 비아그라


애초 협심증 위해 개발했지만

발기력 향상 기능 발견돼 부각

이는 비아그라가 애초 혈관 확장을 도와주는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심증 치료에는 큰 효과가 없고 여러 부작용만 나타나며 개발 실패 사례로 남을 뻔했다가 발기력 향상 기능이 발견되면서 ‘블록버스터’ 치료제로 떠올랐다. 반면 최근 들어서는 정식 고산병 치료제는 따로 있고 비아그라는 고산병 악화 등 여러 부작용이 보고돼 잘 쓰이지 않는다는 반론이 많다.

이 같은 논란과는 별도로 제약업계에서는 당초 치료제 개발 목적과는 달리 의외의 효능이 부각되며 다른 질병 치료에서 ‘대박’을 친 약물들이 적지 않아 주목받고 있다. 탈모 치료제로 잘 알려진 ‘미녹시딜’은 당초 미국 화이자가 만든 궤양 치료제였다. 그 이후 궤양보다는 혈관 확장에 효과가 있는 게 밝혀져 지난 197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고혈압치료제(제품명 로니텐)로 승인을 받았다. 반전은 또 한번 발생했다. 화이자가 로니텐 출시를 위한 임상실험 당시 부작용으로 ‘다모증’이 보고됐다는 점에 주목해 1988년 탈모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것이 현재의 미녹시딜이다.

임산부 입덧 방지용 약으로 개발된 ‘탈리도마이드’는 한때 기형아 출산 부작용이 발견돼 사용이 중지됐다가 한센병이나 다발성 골수종 등의 치료 효과가 입증돼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독일 바이엘이 진통제 목적으로 개발한 ‘아스피린’은 만병통치약으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효능을 자랑한다. 혈압을 낮춰주는 것 외에 심장 질환, 암 억제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아스피린은 성능이 우수한 진통제가 대거 출시되면서 지금은 본래 목적과 달리 심혈관 질환 예방용으로 더 자주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래 개발 목적 외에 다양한 질병에 두루 쓰이는 치료제가 많다. 주름개선 치료제인 ‘보톡스’의 경우 안면근육 치료목적으로 1989년 FDA 승인을 받았으나 주름살이 생기지 않게 하는 효능이 발견돼 2002년부터는 미용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보톡스는 현재 턱관절과 근육 장애, 목소리 교정이나 발성 장애 등의 치료에도 사용된다. 이외에도 우울증 치료제인 ‘부프로피온’은 경구용 금연제로,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도 각각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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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약 미녹시딜은 궤양약 목적

진통제 아스피린, 심혈관 질환에

제약업 ‘신약재창출’ 도전 러시



글로벌 탈모 치료제 시장 1위인 ‘프로페시아’는 다른 약품 개발 과정에서 우연찮게 나온 블록버스터다. MSD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프로스카’를 복용 중인 환자들 사이에서 다모증 증상이 발견됐다는 점에 착안해 주성분인 ‘피나스테리드’의 용량을 5분의1로 줄여 내놓은 제품이 바로 ‘프로페시아’다.

제약업계도 이처럼 특정 약물의 다양한 효능에 주목, 기존 약물을 활용해 신약을 만드는 이른바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에 도전하고 있다. 신약재창출은 최대 7년가량 걸리는 신약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4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는데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약물의 위험성 및 효과 등을 평가하는 전임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임상 1상을 건너뛰어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신약개발 기간을 최대 7년가량 단축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규 타깃 약물 발굴을 위한 투자 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관련 규정 강화로 실패하는 비율도 높아져 신약 재창출에 기대를 모으는 제약사들이 많다”며 “임상 도중 부작용이 보고되거나 상업화에 실패한 약물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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