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英 BBC "'최순실 스캔들'은 새롭지 않다…정경유착의 반복"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BBC가 ‘최순실 게이트’가 한국 사회에서 전혀 새로운 유형의 스캔들이 아니라며 그 이유로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꼽았다.

24일(현지시간) BBC는 “한국은 평소에는 세계에서 가장 정직한 나라 중 하나인 것처럼 보이지만 대통령마다 돈에 관련된 스캔들에 휘말린다”며 역대 정권의 비리 사건을 간략히 소개했다.


BBC는 먼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 본인은 청렴했으나 그의 아들 2명이 뇌물 수수 혐의로 옥살이를 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600만 달러(한화 약 71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소개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의 형이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50만 달러(한화 약 5억9,000만 원)을 받아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가까운 지인의 회사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도록 기업들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피의자가 됐다고 전했다.

BBC는 이런 비리 사건들에 패턴이 있다며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권력을 이용해 돈을 쓸어담는 일이 반복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BBC는 한국에서는 술집에서 자리를 맡기 위해 지갑을 두고 가거나 식당에 카메라를 놓고 가도 잃어버릴 염려가 없을 정도로 시민들은 정직한 나라지만, 지도자들은 그 자신이나 지인, 가족들의 부정부패로 망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정부와 재벌들 간의 정경유착을 지목했다. BBC는 한국의 재벌들이 감옥에 가면 대통령이 사면해주는 일이 많다며, 이는 박정희 정권이 산업화를 진행하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을 육성시킨 이래로 한국에서 정부가 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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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로버트 켈리 교수는 BBC에 “(정부와 재벌의) 이런 관계는 한국 정치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며 “국가가 경제에 있어서 한 발 물러서지 않으면 이런 스캔들은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캘리포니아 대학교의 황경문 교수는 이런 현상에 더 깊은 뿌리가 있다며 유교 사상을 지목했다. 황 교수는 “유교 사상은 사회적인 관계에 있어 서열뿐만 아니라 타인의 친절에 대해 보답하는 ‘호혜’를 가치 있게 여긴다”며 “일상 생활에서는 좋은 것이지만, 정치의 영역에서 호혜는 공직자들이 그들의 결정에 따른 보답을 기대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또 “한국의 민주화가 달성되기 전, 정부의 폭정은 (기업인들의) 뇌물 공여 욕구를 자극시켰다”며 “그들은 공직자들이 (뇌물을) 바라건 바라지 않건 호의에 대해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낄 것을 알고 있었다”이라고 말했다.

BBC는 그러면서 이러한 악습이 사라지지 않았고 현재의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인들의 머릿속에도 남아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C는 시민들의 촛불집회와 부정청탁금지법 통과 등을 소개하며 한국 사회에 희망이 남아있다고 내다봤다. 켈리 교수도 “한국에서 부정부패가 자주 발생하는 데 검찰이 이를 (집요하게) 쫓고 있고 시민들은 격분하고 있다”며 “미래의 부정부패자들은 그들이 결국은 잡혀서 처벌받을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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