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4일 롯데와 SK그룹·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등을 전격 압수 수색하면서 시내 면세점 특허권 로비 여부가 드러날지 관심이다.
롯데와 SK그룹은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의 시내 면세점 대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공교롭게 정부는 이들 기업의 탈락 이후 면세점 제도개선 방향을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에서 관광산업 발전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올해 서울에만 4개의 시내 면세점이 추가로 들어서게 됐고 롯데와 SK그룹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 그룹의 총수를 독대하고 이후 미르·K스포츠 재단에 수십억원을 추가 출연했다가 되돌려 받거나 출연을 논의했던 것으로 드러나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롯데·SK, 면세점 대전에서 잇따라 고배=시내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적자를 보는 공항 면세점과 달리 시내 면세점은 중국 관광객의 급증에 힘입어 지난해만도 9조1,9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1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대내외의 불확실한 경제상황에도 기존 사업자들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자들이 출혈 경쟁을 하면서 매달린 이유다.
롯데와 SK그룹은 이런 면세점 대전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7월 신규 업체를 선정하는 1차 면세점 대전에 이어 11월 기존 업체를 재승인하는 2차 면세점 대전까지 탈락했다. 기존 사업장을 접어야 하기 때문에 탈락의 충격은 1차 대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말 이후 업계에서는 롯데와 SK그룹이 면세점 특허권을 되찾기 위해 물 밑에서 움직인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았다. 롯데 관계자들이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접촉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연기된 제도개선, 관광산업 활성화로 둔갑=정부는 지난해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과 함께 면세점 시장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10월 열린 공청회의 주제는 독과점적 시장구조 개선을 통한 면세점 산업 육성. 이때만 해도 정부가 지배구조 문제로 인한 형제 간 분란으로 검찰수사를 받은 롯데를 겨냥해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2014년 매출 기준 롯데의 시장 점유율은 50.8%, 신라는 30.5%로 두 업체를 합치면 80%가 넘는 과점 상태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제도개선 초점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입찰 제한 △특허 수수료 인상을 통한 이익 환수였다.
하지만 정부의 면세점 제도 개선안은 롯데 등 2차 면세점 탈락 업체들의 특허기간 갱신 문제와 맞물리면서 예정된 연말을 넘겨 올해 4월로 연기됐다. 눈에 띄는 점은 제도개선안의 주제가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에서 관광산업 활성화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시내 면세점 특허를 더 내줄 필요가 있다는 논리였다. 당연히 시장에서는 말이 나왔다. 시내 면세점 특허를 늘리려면 관광객 숫자 증가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들 업체를 살리기 위해 무리한 잣대를 들이대면서까지 특허 숫자를 늘렸다는 주장이다.
◇검찰 총수 독대 주목=검찰은 지난 2월 박 대통령과 두 그룹 총수와의 개별면담을 주목하고 있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이전에 각각 111억원과 19억원을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면담 이후 두 그룹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추가지원 요청을 받는다. 롯데는 실제 70억원을 출연했다가 롯데 수사 직전에 돌려받았고 SK그룹은 금액 차이로 추가 지원이 무산됐다. 하지만 검찰은 박 대통령과 두 그룹 총수 면담에서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우호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하는 요청이 오갔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이날 롯데·SK 그룹과 함께 기재부·관세청 등을 압수 수색한 것도 이 같은 의혹을 풀기 위한 첫 단추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내주는 관세청은 기재부 산하 외청이다. 면세점은 기재부 1차관과 세제실 관세국 관세제도과에서 담당한다. 검찰이 이날 관세청 면세점 담당인 수출입물류과와 함께 기재부 1차관실과 세제실, 조정국 등을 압수 수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