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바이오 대어 신라젠이 다음 달 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공모규모만 1,500억~1,800억원에 달해 2005년 기술특례 상장제도 도입 후 최대 기업공개로 꼽힌다. 다만 역대 최고 등급의 기술성 평가에도 불구하고 신약의 상업화 불확실성이 주가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라젠은 현재 상업화한 신약이 없어 적자 상태다. 이에 문은상(사진) 신라젠 대표이사는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상장간담회를 통해 신약 ‘펙사벡’의 임상 3상 이후 시판 가능성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우려를 불식했다.
펙사벡은 천연두 예방백신에 사용됐던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유전자 재조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도록 설계된 항암신약 후보물질이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 개시에 대한 특정임상계획평가(SPA)를 승인 받고 전 세계 20여개국 600여개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 뉴질랜드에서 첫 환자를 등록했으며 오는 2020년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 대표는 “SPA는 FDA와 협의를 통해 임상3상 수행계획을 미리 정한 것을 말한다”며 “임상3상 수행 과정에서 유의미한 결과만 나오면 FDA 승인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상 승인 후 상업화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라젠은 펙사벡의 글로벌 상업화를 위해 국내외 파트너사들과 지역별 판권, 공동연구 등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해 오고 있다. 신라젠의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임상 3상 및 상업화는 한국의 녹십자, 홍콩의 리스파마, 프랑스의 트랜스젠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또 신라젠은 펙사벡의 유전자 재조합 기술 등 100여건의 특허권을 확보했으며 특허 만료와 별개로 시판 승인 후 유럽 10년, 미국 7년 간 독점 판매권도 보장받았다.
신라젠의 희망공모가는 1만5,000~1만8,000원이다. 펙사벡의 경쟁력을 믿는다면 비싸지 않다는 주장과 적자기업 대비 고평가됐다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앞서 한 차례 공모가 밴드를 낮추는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장외시장에서는 주가가 30% 가까이 하락했다. 문 대표는 “투자자들이 높은 기술성에 따른 미래 가치를 믿어주길 바란다”며 “이번 코스닥 상장은 글로벌 면역항암제 분야의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자금은 대부분 임상3상에 투입한다. 23~24일 수요예측을 거쳐 25일 공모가를 확정해 28일부터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청약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