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엘리엇, 삼성물산 지분율 높여 내년 주총서 실력행사 가능성

'삼성물산 합병' 수사...엘리엇 어떻게 나올까

등기이사에 오른 이재용 공격

'삼성전자 흔들기' 나설 수도

삼성물산 합병 '외압' 결론땐

국민연금 등 상대 소송 제기

'제2·제3 엘리엇' 양산 우려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 과정에 대한 검찰의 수사로 연일 코너에 몰리고 있는 가운데 당시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향후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완패한 뒤 지분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보유 지분 공시 의무가 없는 5% 미만으로 지분을 유지하며 언제든지 경영권 공격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과 삼성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엘리엇은 한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를 쌓게 돼 향후 벌어질 수도 있는 경영권 분쟁에서 꽃놀이패를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이 삼성그룹을 상대로 가장 먼저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내년 3월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둘러싼 최근 논란을 재점화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다. 상법상 지분 0.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이사 해임청구권과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표를 행사했던 엘리엇은 합병 발표 전후 사들였던 삼성물산 주식 중 남겨뒀던 잔여 지분을 올해 모두 매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후 엘리엇이 공시 대상 지분율(5%) 밑으로 삼성물산의 주식을 매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합병 전에도 엘리엇은 5% 미만의 지분으로 몸을 숨기고 있다가 합병 직전 주식을 대거 매집해 주요 주주로 갑작스럽게 등장했던 전례가 있다.


지난 10월 엘리엇이 두 계열사를 통해 삼성전자(005930) 측에 회사를 두 개로 쪼갠 뒤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을 제안하는 주주 서한을 보낸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합병 방안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크게 올라야 가능한 시나리오로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을 많이 들고 있을수록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삼성전자를 압박하면서도 실리는 삼성물산에서 취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계열사를 통해 삼성전자의 주주(0.68%)에 오른 엘리엇이 내년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최근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재용 부회장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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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이 국민연금을 상대로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중재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를 보장하는 ‘최소기준대우’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 수사에서 지난해 7월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에 외압을 행사했고 국민연금이 이를 따른 것으로 드러날 경우 엘리엇은 이 규정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의 한 선임외국인 변호사는 “법원의 판결 전이라도 사법기관 중 하나인 검찰이 해당 의혹에 대해 기소를 했을 경우 엘리엇 입장에서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명분이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해 8월 국민연금 측에 보낸 공문에서 “삼성물산에 편향적인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피해를 봤으며 불공정한 결정의 배경에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한국정부가 있다”며 ISD를 통한 제소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주총에서 외국인 주주(33.2%) 가운데 3분의2 정도(23%)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엘리엇 외에 네덜란드연기금과 미국계 헤지펀드인 메이슨캐피털도 등도 합병에 반대표를 던졌다. 검찰 수사 향배에 따라 ISD를 고리로 제2·제3의 엘리엇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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