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복합위기, 신사업에 길 있다] 車 AMP강재...내진용 철근...철강 제품 超프리미엄화 속도낸다

<3>프리미엄에서 답 찾는 기업들

"보호무역 강화로 저가·출혈경쟁 더이상 안통한다"

포스코 월드프리미엄 앞세워 분기 영업익 1조 복귀

현대제철, 車 냉연강판·가전용 판재 '선택과 집중'

동국제강도 수익성 높은 고강도 철근 판매 승부수



‘굴뚝 산업’의 대표 격인 철강 업계는 요즘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꽂혀 있다. 같은 양의 철강 제품을 팔아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수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제품 교체주기가 1년도 길다는 얘기가 나오는 전자, 정보기술(IT) 업계에서나 통한다는 ‘초(超)프리미엄 전략’을 전통 후방 산업인 철강 업계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건설·자동차·조선 등 철강재를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수요 산업이 지금처럼 고도화되기 전에는 수요처가 주문한 철강 제품을 빠르고 부족함 없이 제때 공급할 수 있느냐가 철강사의 경쟁력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철강사들이 질적 경쟁보다는 양적 팽창에 몰두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철강 업계 트렌드가 ‘수익성 좋은 제품을 팔아 이익을 많이 남기자’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 값싼 중국 철강재가 글로벌 시장에 넘쳐나자 저가 제품과 직접적인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수익성 좋은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열연 공장./사진제공=포스코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열연 공장./사진제공=포스코


여기에 최근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를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철강 업계의 프리미엄화 전략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산 철강재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어야 보호무역주의 파도를 넘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경기가 호황일 때는 주문이 밀려들어 납기를 맞추는 데 급급했지만 이제는 수익성이 좋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선택과 집중’ 식의 마케팅을 벌이는 게 더 효과적이 됐다”고 말했다.

권오준 회장이 취임 이후부터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포스코의 월드프리미엄(WP) 전략이 대표적이다. 월드프리미엄 제품은 포스코가 ‘세계 최초·최고 품질·최고 수익성’의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고 자체 판단하는 제품에 칭해진다. 월드프리미엄 제품 수익률은 일반 철강재보다 2배 이상 높은 20~25%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14년 권 회장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월드프리미엄 제품 강화에 나섰고 그 결과 해당 제품 비중이 지난해 38%에서 최근 48%로 확대됐다.


기회만 되면 월드프미리엄 전략 강화를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권 회장은 올 7월에는 포항제철소를 찾아 “월드프리미엄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자”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려 경쟁력을 높여나가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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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중국발(發) 공급과잉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올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하며 3·4분기에는 2012년 이후 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월드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가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제철도 일반 범용제품보다 가격이 톤당 3만원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냉연강판으로 만드는 자동차용 외판재서부터 가전용 판재, 비(非)자동차용 고탄소강 등 전략제품을 선별해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관심을 받고 있는 내진용 철근도 대표적 고부가가치 제품에 들어간다.

현대제철의 고부가 제품 가운데 하나인 내진용 H형강./사진제공=현대제철현대제철의 고부가 제품 가운데 하나인 내진용 H형강./사진제공=현대제철


연간 2,000톤가량의 쇳물을 뽑아내는 현대제철의 고부가 제품 판매량은 2014년 822만톤에서 2015년 853만톤으로 늘었고 올해는 900만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9월 말 현재 목표치 73%인 655만톤을 판매했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까지 확대되는 등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적극적 투자를 통한 고부가 제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특히 오는 2019년 상용화를 목표로 차세대 자동차용 강판인 다상복합조직(AMP)강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반비례 특성을 갖는 강도와 성형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게 현대제철이 개발하고 있는 AMP강의 특징이다.

동국제강도 일반 철근이 아닌 수익성이 좋은 고강도 철근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1㎟당 약 40㎏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SD400’ 철근 대비 판매가가 8% 정도 높은 SD500·SD600 판매에 집중해 지난해 33% 수준이던 고강도 제품 판매 비중을 올 3·4분기에는 40%까지 끌어올렸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철강 업계가 특정 강종에서의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잡고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런 지배력이 전제돼야 중국의 철강 생산량 변동에 우리 철강 업계의 수익성이 휘청이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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