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핫이슈] 현대차·LG화학, 중국서 배터리동맹 흔들리나

거세지는 중국 배터리 규제 후폭풍

LG화학 인증 명단서 제외 가능성

현지 공략 전략 전기차 출시 제동

중국 배터리 업체와 손 잡을수도



“알려진 기준대로라면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업체는 중국 업체 두 곳뿐입니다. 두 업체에 모든 배터리를 공급받으라는 얘기인데 (현대자동차 전기차 출시 시점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3일 중국 정부가 배터리 제조사들에 대한 강력한 산업규제안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기아차 해당 임원들은 고뇌에 빠졌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시작으로 전기차까지 중국 시장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발표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번 산업규제안은 앞서 중국이 5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심사 계획을 연기한 것과 충격의 차원이 다르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내년께 발표가 예상되는 인증기업 명단에 국내 업체들은 이름을 올릴 수 없다. ★본지 24일자 1·3면 참조

일각에서는 현 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현대차가 중국 내에서라도 그동안 밀월관계를 이어온 LG화학 대신 중국 배터리 업체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연이어 중국 시장에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던 현대차는 이번 발표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됐다. 9월 중국 정부가 현대차를 포함한 20개 자동차 업체의 ‘친환경차보조금 편법 취득’ 여부를 조사한 데 이어 LG화학의 배터리가 사실상 중국 내에서 승인이 어려워지면서 불똥이 튄 셈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을 비롯해 모든 친환경차의 배터리를 LG화학에서 공급받고 있다. 내년 상하반기로 나눠 출시가 예정된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 PHEV 모델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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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3종도 선보일 계획이었다. 모두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들이다. 현대차 측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현대차의 친환경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 일렉트릭’ 외에도 베이징현대·동풍열달기아 등 합작사에서 중국 현지전략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더욱 문을 굳게 닫고 있다. 발표된 산업규제안을 보면 배터리 제조사들이 반드시 중국 내에 지어야 할 설비규모의 하한선이 40배나 높아졌다. LG화학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이를 충족하려면 수년이 걸려 사실상 승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업계에서 퍼주기식 친환경차 정책을 펼쳐온 중국 정부가 우리 업체를 비롯해 타 국가에 대한 지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중국 당국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업체는 중국 기업인 BYD와 옵티멈나노 두 곳뿐이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BYD는 자체 전기차를 생산하는 상태라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업체가 사실상 한 곳인데 모든 업체가 이곳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규제안이 돼 있다”며 “중국 정부가 정책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출시 시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배터리 공급업체를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기차 등은 배터리를 바꾸려면 공급 업체에 맞춰 차량 설계를 새롭게 해야 한다.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시점이 현저히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기준을 낮춰 개선안을 내놓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배터리 공급업체를 교체하자니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사면초가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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