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김현웅·최재경 사표 미스터리…반려도, 수리도 못하는 청와대 속사정은

朴 괘씸한 마음, 보호막 필요, 후임물색 어려움 등 겹쳐 심경 복잡

金·崔는 “이런 상황에선 관두는 게 도리” 한계 느껴 사의 완강

명령 주체가 피의자인 딜레마에 번민…‘샌드위치론’도

朴 대면조사 수용·거부 두고 최재경-유영하 의견 갈렸다 전언도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증폭되고 있다. 이들이 지난 21~22일 사의를 표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수리도 반려도 못하고 쩔쩔매자 그 이유를 두고 온갖 해설과 추측이 나온다.

25일 오후 한 때 박 대통령이 최 수석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청와대 안팎에 돌았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상황이 변한 게 없다. 박 대통령은 여전히 고심 중이다”고 밝혔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인사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심경은 복잡하다. 우선 김 장관과 최 수석에 대해 ‘괘씸하다’는 마음이 앞선다. 검찰이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자신을 측근 비리의 공범으로 적시하는 동안 사정 라인의 투톱인 김 장관과 최 수석은 무엇을 했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내보낼 수도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딜레마다. 검찰의 수사 압박이 거세게 들어오고 있고 조만간 특검 수사까지 받아야 한다. 만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도 대비해야 한다. 사법적 보호막이자 법률적 조언자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 이들이 사의를 표한 것은 박 대통령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사의를 받아들이자니 후임자 물색이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김 장관과 최 수석은 표면적으로는 사의 표명 이유를 “이런 상황에선 그만두는 게 도리”라고 밝혔지만 이들의 속마음 역시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 권력과 검찰이 맞서는 상황에서 일종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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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오는 분석이 ‘샌드위치론’이다. 검찰 출신인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오랜 기간 검찰에서 일한 두 사람 모두 ‘범죄자는 처벌해야 한다’와 ‘상명하복’이라는 두 가지 원칙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상명’의 주체가 피의자가 되자 두 원칙이 충돌하게 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들은 또 검찰 출신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고 친정인 검찰을 조금이라도 배려하기 위해서는 사퇴 말고는 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이들을 붙들어두려고 하는데 사의가 워낙 완강해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재경 민정수석과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의 의견이 다른 것도 사표의 이유라고 보고 있다. 최 수석은 검찰의 대면조사 요구에 응하자는 의견을 개진했으나 유 변호사는 거부하자는 의견을 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박 대통령이 유 변호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이에 따라 상황이 더 악화되자 최 수석이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소문도 청와대 주변을 떠돌고 있다.

한편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들 두 사람의 사표를 쥐고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일종의 ‘시위’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두 사람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것처럼 김 총장도 옷을 벗으라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것이다. 또는 김 총장이 사의를 표시해야 김현웅·최재경 두 사람을 보내주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인데 두 분석 모두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결단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이 이들을 붙잡는 데 실패하고 사표를 수리할 경우 모든 국내외 언론이 ‘정권이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고 전할 게 분명하고 이는 공직사회 전반을 동요시켜 정권의 실질적인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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